[사설]‘코드 문화권력’ 병폐 드러낸 문화예술委

  • 입력 2007년 7월 10일 2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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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김병익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위원회의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술위는 문화관광부가 운영하던 문화예술진흥원을 2005년 8월 예술계 인사가 운영을 맡는 민간기구로 바꾼 것이다. 정권의 강한 의지에 따른 개편이었다. 현 정부 초기 문화계 요직을 좌파 인사들로 채우면서 예술위도 11명의 위원과 100여 명에 이르는 9개 소위원회 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로 충원됐다.

예술위는 문예진흥기금과 복권기금을 합쳐 한 해 1100억 원을 문인과 예술가의 창작활동에 지원한다. 문화계로 가는 돈줄을 쥐고 있는 막강한 ‘문화 권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출범 이후 ‘돈’ 배분을 둘러싸고 잡음이 그치지 않았고, 방만한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김 위원장 사퇴 계기가 된 ‘원 월드 뮤직 페스티벌’도 그런 사례다. 국악계를 대표하는 한명희 위원이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이 행사에 10억 원이란 큰돈을 지원할 수 없다”며 지난달 위원회를 상대로 ‘공연행사 추진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위원회가 내분에 휩싸인 것이다.

예술위는 처음부터 정권 주변의 ‘코드 문화인’들이 문화 판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돈줄을 쥐면 좌파 성향의 ‘우군(友軍)’으로 문화계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예술인 스스로가 지원 대상을 결정한다”는 명분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끼리 예산을 나눠먹기 일쑤였다. 예술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 한 사람이 심사위원, 기획자, 수혜자 역할을 동시에 하며 지원금 타내기에 급급했다”고 털어놓았다.

좌파 인사들이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했으니 지원금이 어느 쪽으로 많이 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예술위가 정부의 ‘연기금 운용기관 경영평가’에서 2005년, 2006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 위원장 사퇴는 예술위가 출범 2년도 안 돼 스스로 운영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제라도 ‘코드’로부터 독립해 순수 문화예술진흥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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