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완식]과천 국립과학관에 바란다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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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는 주변에서 접하는 간단한 기술부터 시작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흥미를 자아내는 공학기술을 통해 과학에 1차적 관심을 갖는다. 부메랑은 낫 모양에서 십자 모양까지 여러 형태이다. 어느 것이든 던지면 근처로 되돌아오는데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궁금할 때 공기역학적 과학의 원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계란에 부착물을 씌워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도록 하는 계란 살리기 대회나 고무줄을 이용한 모형 비행기 멀리 날리기 대회는 다양한 기술을 발휘해 흥미를 자아내고 과학적 원리를 이해시키는 좋은 예이다.

과학관은 어떤 내용을 보여 주고 과학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갖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과학관이 운영 방향을 순수 자연과학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재미없고 딱딱하며 식상한다. 생활과 관련 있는 공학 기술을 과학과 잘 접목해 운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2000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재검표를 위해 커다란 돋보기로 펀치카드 투표용지를 뚫어지게 보는 미국 플로리다 주 로버트 로젠버그 판사의 커다랗게 확장된 눈동자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돋보기의 확대성과 미국의 투표 기록 펀치카드 구조를 동시에 보여 준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과학기술 탐구관을 방문하면 이 사진과 함께 미국의 자동투표기록 투표용지와 시스템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주변 및 시사성과 연계된 과학기술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세계적 과학관의 특징이다.

기술과 공학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 주며 과학에 대한 무한한 도전과 믿음을 선사한다. 과학과 기술은 형제이지 결코 서로를 방해하는 짐이 아니다. 국내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정보나 기술을 외면하고 과학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꿈과 미래에 대한 학생의 도전을 막는 행위이다. 아이들은 기술이라는 꿈을 갖고 과학이라는 보석을 캔다.

과거 한국은 기술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기초과학을 등한시했다. 기초과학의 힘과 필요성을 간과한 셈인데 현재는 누구도 첨단 공학기술을 과학과 떼어낼 수 없다. 통섭이라는 말도 과학과 기술(기술은 예술, 공학을 포함하는 개념)의 조화로운 만남을 의미한다.

내년 11월 문을 여는 경기 과천시의 국립과학관은 45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2002년부터 추진됐다. 우리도 세계적 수준의 과학관을 갖게 되면서 국민이 과학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한층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과학관 운영을 생각해 보자.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공학 기술을 과학관에 선보여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뿐 아니라 많은 인력과 비용이 요구된다. 국내에서 국립과학관으로 전시 교육 연구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은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이 유일하다. 대전 과학관은 직원이 74명으로 수백∼수만 명인 외국 과학관에 비해 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스미스소니언 연구소는 직원이 8만여 명에 이른다.

과천의 국립과학관은 세계적 수준에 맞는 연구 인력을 갖춰야 한다. 좋은 정책과 새 시설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정책의 입안과 시동에 90% 이상의 자원과 노력을 쏟아 붓지만 유지와 관리에는 10%가 안 되는 자원을 투자했던 모습을 자주 봤다. 새로운 국립과학관을 건립하고 운영하면서 비슷한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최완식 충남대 교수·한국기술 교육학회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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