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강운]‘은퇴 후 11년’이 던진 충격파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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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지금 사무실에서는 다들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없습니다.”

본보의 ‘은퇴자 관리’ 시리즈 첫 회가 나간 9일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은퇴 후 11년’이라는 헤드라인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번 취재를 위해 본보 취재팀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에 은퇴자 503명에 대한 일대일 면접조사를 의뢰했다. 은퇴자들은 이 조사에서 ‘은퇴 시점의 보유자산으로 평균 11.7년 더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게 ‘남 얘기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45세 직장인이 54세(응답자 평균 은퇴연령)에 은퇴해 34년(통계청 2005년 생명표의 남성 기대여명 88세 기준)을 더 살아야 한다면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조기 퇴직, 저금리, 저성장이 겹치면서 고령층의 빈곤 문제는 사회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이사는 아예 “돈으로는 노후 대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45세 직장인(아내는 41세)이 60세에 은퇴해 90세(아내는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생활비로 매달 300만 원을 조달하려면 은퇴 시점에 17억 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한다. 물가상승률 연 3.5%, 세후 수익률 6.0%를 적용한 셈법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려면 45세부터 15년간 매년 6900만 원을 투자해야 한단다. 사교육비, 대출이자 등 늘어나는 씀씀이를 생각할 때 정말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대기업체 임원은 “집 한 채 있으면 노후에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다가, 과도한 보유세 부담으로 ‘집=노후 대비’라는 공식이 깨졌다”고 허탈해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안’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정부나 정치권에 노후를 기댈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스스로 대비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다. 당장 “나는 100세까지 산다. 그러니 8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자기 최면을 걸라고 했다.

정부도 ‘젊은 노인’들의 숙련된 기술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확충에 더욱 신경 써 줬으면 한다.

이강운 경제부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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