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변희재]‘인터넷 권력’ 포털의 횡포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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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지대를 달려온 거대 포털 사이트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여부 조사, 검찰의 음란물 수사, 검색 리스트 및 여론조사 조작 등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는다.

이 정도면 신속하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개선책을 발표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포털은 여전히 당당하다. 재정 형편상 모니터링 비용을 더는 추가할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목욕탕 주인이 수질 정화를 위해 더는 돈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매출액 60% 상승, 영업이익률 40%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돈 많은 포털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포털이 오만한 이유는 언론 권력에 있다. 공정위의 포털 조사 발표 이후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포털 비판 기사를 쏟아 냈다. 그럼에도 인터넷에서는 포털의 문제점이 좀처럼 여론화되지 않는다. 인터넷 뉴스 시장의 92%를 장악한 포털이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뉴스면에 좀처럼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portal)’의 정확한 뜻은 ‘관문’이다. 초기 포털이라고 하면 검색사이트를 일컬었다. 인터넷에서 검색의 역할은 오프라인으로 따지면 도로나 철도 혹은 석유와 같은 기간산업에 가깝다. 어떤 사이트도 포털의 도움 없이는 방문자를 확보할 수 없다.

포털은 검색으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뒤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손수제작물(UCC), e메일 등 인터넷에서 가능한 모든 사업에 발을 뻗쳤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뉴스를 빨아들여 언론까지 장악했다. 오프라인으로 따지면 철도와 도로사업자가 유통, 부동산, 우편사업에다 대규모 언론사까지 겸영하는 격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다.

한국의 포털은 미국이나 일본의 포털은 엄두도 내지 못할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검색 심사비다. 포털 검색에 잡히도록 하려면 2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심사비를 납부해야 한다. 돈까지 받아 가며 검색 심사를 하면서 왜 음란물 하나 걸러 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인터넷 사업자는 포털이 요구하는 대로 심사비를 바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떤 사업체든 포털에 찍히는 순간 검색과 뉴스에서 완전히 배제되며 사실상 인터넷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례로 포털의 뉴스 제목 변경에 1만 원의 민사소송으로 항의한 연예인 관련 기사는 포털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 포털의 저작권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정치인에 대해서는 왜곡된 기사만 집중 배치하며 화끈하게 보복을 감행하기도 했다.

1890년 미국에서는 그 유명한 셔먼법을 입법하면서 철도와 석유사업자의 독과점에 제동을 걸어 악덕 기업을 해체시켰다. 포털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사람은 이 정도 수준의 규제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간산업에 가까운 검색사업자는 검색에 책임을 지고 언론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는 정도의 입법만 하자는 말이다.

놀랍게도 포털은 “법 제정 없이 사업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검색 결과를 어떻게 편집하든, 검색과 뉴스를 결합해 어떠한 권력을 남용하든 사업자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자는 법을 지키며 사업을 한다. 대기업은 신문사를 소유 경영하지 못하고, 목욕탕 업자는 수질 의무 규정을 따라야 한다. 검색부터 언론까지 모든 사업을 다하면서 “법은 필요 없다”며 자사의 뉴스면을 동원해 비판 여론 차단에 나서는 사업체가 과연 건국 이래 포털 말고 또 있을까.

변희재 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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