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모 기자의 IT이야기]휴대전화 값이 비싼 까닭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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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휴대전화를 사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어지간한 제품은 50만 원이 넘어갑니다. 손 안의 휴대전화가 웬만한 냉장고 한 대 값인 셈입니다. 물론 번호이동이다 해서 보조금을 받으면 좀 싸지긴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보조금을 못 받는 분도 있습니다. 간단한 기능만 되는 값싼 휴대전화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국내 휴대전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분이 늘어나는 듯합니다.

저는 가끔 저가(低價) 휴대전화와 관련한 독자 의견을 보기 위해 동아닷컴이나 포털 뉴스 사이트에 들어갑니다. “국내에도 싸고 좋은 휴대전화를 시판해 달라”는 댓글이 꼭 달리더군요.

왜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가격은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최근 만난 정보통신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소비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이동통신사 처지에서는 고객이 음악 파일을 내려받고, 무선 인터넷도 이용해야 매출이 올라갑니다. 고객 1인당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능이 많은 비싼 휴대전화가 좋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제조사도 ‘고부가가치’ 휴대전화를 팔아야 이윤이 많이 남습니다. 지금까지는 국내의 미국식 이동통신 방식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때문에 외국 회사의 제품이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다 ‘최첨단’을 좋아하는 소비자 취향도 고가(高價) 휴대전화의 인기에 한몫을 한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비싼 가격 때문에 휴대전화를 못 바꾸겠다’, ‘간단한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를 사고 싶다’는 분이 많습니다.

이제는 이런 의견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들은 “소비자가 원하니 비싼 제품을 공급한다”고 말해 왔지만 싸고도 좋은 물건을 선택할 소비자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값싼 휴대전화가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유도 3세대 고객 확보를 위한 통신업계의 전략적 선택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크게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죠.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휴대전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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