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슨 車를 사지?

  • 입력 2007년 1월 18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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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고민이 늘었다. 부쩍 늘어난 수입차 전시장에선 도요타, BMW, 벤츠, 아우디 등 성능과 맵시가 좋은 차들이 잠재고객의 마음을 흔든다. 가격도 낮아지고 애프터서비스도 개선됐다. 과거에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선뜻 수입차를 사지 못했지만 점차 외제차에 대한 인식이 너그러워졌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작년 4%에 이어 올해 5%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사(勞使)의 행태가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던 고급차 수요층의 마지막 심리적 걸림돌을 제거할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도 대다수 국민은 국산차를 사 줘야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부가가치가 나라 안에 남는다는 애국심 하나로 수입차를 외면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현대차 노조의 끝없는 파업과 이에 무원칙하게 대응하는 사(使)측을 보면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소비자의 희생이 전제된 관세 장벽, 정부 지원, 소비자들의 애국심 등 이중삼중의 보호막 덕분에 세계 6위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포니’ 시절부터 숱한 결함과 불편을 참아 가며 국산차를 애용한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현대차가 존재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출되는 현대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무상 보증수리기간이 짧은 차를 사면서도 나라경제를 생각해 참아 왔다. 국내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현대차에 수출보조금을 준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도 소비자들을 배신했다. 노조는 성과미달인데도 성과급을 더 달라고 파업을 했고 회사 측은 몇 가지 조건을 달았지만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결국 ‘파업격려금’이나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2만여 개 부품을 조립하는 제품이다. 노사분규가 잦으면 노동자들의 근로자세가 해이해지기 십상이다. 노조가 20년 동안 거의 거르지 않고 연평균 한 달꼴로 파업을 벌였으니 소비자들이 그런 현대차를 불신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대차는 시장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 노사는 ‘그런들 어쩔 텐가’ 할지 모르지만 지금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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