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어린 왕자와 박찬호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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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9단에게 줄곧 따라다닌 별칭은 ‘어린 왕자’였다. 1997년 열한 살의 나이로 전국 아마 10강전을 석권해 아마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더니 이듬해에는 전국대회를 4개나 휩쓸며 아마 바둑계를 평정했다. 생김새도 양지의 샘물처럼 해맑은 데다 어리석다 싶을 정도로 착해 ‘어린 왕자’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기사다.

앞에 앉은 기사는 윤현석 8단. 별명이 ‘반상의 박찬호’다. 프로기사 야구단인 ‘기(棋)’ 팀에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그를 보면 박찬호 선수로 착각할 정도로 얼굴이나 체격이 흡사하다. 말수도 적고 온화해 후배들이 맏형처럼 따른다. ‘대우(大禹·물을 다스려 칭송받았던 중국 고대 우왕을 높여 부르는 말)’의 얼굴을 한 두 기사가 만났으니 이 바둑은 봄날처럼 따뜻할 것 같다.

백 8에 흑 10으로 응수하면 다음 백 ‘가’가 정석. 흑이 이렇게 일단락을 짓지 않은 것은 흐름에 따라서는 귀를 지키지 않고 우변 쪽에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 10, 흑 11은 기세. 백 12는 올바른 판단이다. 참고도 백 1 이하로 움직이는 것은 성급하다. 이하 12까지 흑이 양쪽을 둔 데 비해 백은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었을 뿐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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