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허드렛일서 해방…친구들이 ‘가족’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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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의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에서 노인들이 카드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시니어타운 입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은퇴자 마을을 선택한 이유를 “나이가 들어 혼자 또는 노부부 둘이 사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호주 시드니의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에서 노인들이 카드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시니어타운 입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은퇴자 마을을 선택한 이유를 “나이가 들어 혼자 또는 노부부 둘이 사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에 사는 니어옵 씨 부부가 집 앞에 정답게 서 있다.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에 사는 니어옵 씨 부부가 집 앞에 정답게 서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 전경. 시드니=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 전경. 시드니=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호주 시드니의 중심에 있는 하버브리지에서 도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0분가량 달리면 와룽가 마을이 나타난다.

이 마을의 수만 평에 이르는 숲 속에 자리한 재림교단 은퇴자 마을은 호주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 가운데 하나다.

호주 전체에는 약 3000개의 노인보호시설에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특히 재림교단의 은퇴자 마을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훌륭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생활비를 받고 있는 중상급 수준의 비영리시설이기 때문이다.

재림교단 측은 호주 전체에 17개 은퇴자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의 방 3개짜리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유스투스 반 니어옵(79), 윌헬미나 니어옵(78) 씨 부부는 2년 전 도심의 방 4개에 수영장이 딸린 저택을 팔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45만 호주달러(약 3억2200만 원)에 월 관리비는 440달러(약 31만5000원). 보증금은 언젠가 퇴소할 때 되돌려 받는 돈이고 관리비는 전기료 수도료 등 공용 비용이다. 식사를 포함한 개인 생활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드니 도심에서 보석상을 했던 니어옵 씨는 재산이 많아 국가의 노령연금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부부가 도심의 단독주택을 버리고 은퇴자 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남 4녀의 자녀가 모두 독립해 노부부가 넓은 집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숲 속에 위치한 이 은퇴자 마을의 자연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이 부부는 현재 5가구의 친구와 더불어 살고 있다. 부부가 이 마을에 입주한 뒤 호기심에서 찾아왔던 친구들이 너도 나도 이곳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앞집 뒷집 옆집에 친구들이 살게 된 것이다.

니어옵 씨는 “친구 부부와 하루에 한 번 이상 커피를 같이 마시고 여행을 함께 가기도 한다”며 “나이가 들면 점차 소외되기 마련인데 친구들과 같이 사니 정말 만족스럽다”고 자랑했다.

이 은퇴자 마을은 50가구의 자부담 주택과 23개의 침대가 갖추어진 너싱홈(노인요양원) 그리고 75개의 원룸형 노인 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자부담 주택 거주자의 생활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반면 노인 숙소와 너싱홈 입주자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의 유료 시니어타운은 모두 본인 부담이지만 호주의 경우는 같은 은퇴자 마을에 자부담 거주자와 정부 지원 대상자가 혼재되어 있는 셈이다.

정부 지원으로 이 시설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55세 이상의 은퇴자는 지방 정부에 자산평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입주가 결정된다. 이 경우 한 달에 2850달러(약 204만 원)에 이르는 생활비의 50∼70%를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

반면 자부담 거주자의 경우 월 관리비만 440달러이고 한 끼 식사에 5달러, 실내 청소 한 번에 22달러를 내야 한다. 따라서 부부가 청소를 한 달에 4번 하고 식사를 모두 제공받으면 월 1428달러(약 102만 원·혼자는 70만 원)가 드는 셈이다. 노인 숙소 거주자의 월 생활비가 더 비싼 것은 입주 보증금이 거의 없는 데다 각종 요양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자부담 거주자로 이 은퇴자 마을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페기 버틀러(83·여) 씨도 시내의 단독주택을 팔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버틀러 씨는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정원 관리, 쓰레기 버리기, 청소 등 자질구레한 걱정거리가 없어졌다”며 “내 나이에는 은퇴자 마을이 적합한 거주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은퇴자 마을의 매니저인 밥 버틀러(59) 씨는 “호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60대에는 자기 집에서 사는 사람이 많고 70세부터 은퇴자 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해 80세 이상이 되면 은퇴자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인구 2만 명의 소도시인 푸케코헤 지역 해리스가에 있는 ‘푸케코헤 레스트 홈 앤드 팜스 빌리지’ 역시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퇴자 시설이다.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외양상 호텔이나 리조트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은퇴자 마을에는 26개의 자부담 주택과 54개의 원룸 숙소가 있다. 거실과 방 1개 주방 욕실 차고 등으로 구성된 주택은 개인이 소유권을 가지는 분양형으로, 분양액은 22만 뉴질랜드달러(약 1억3700만 원)다. 월 400달러(약 25만 원)의 관리비를 내야 하며 생활비는 본인 부담이다. 반면 원룸 거주자에게는 식사와 요양 건강체크 세탁 청소서비스 등이 제공되며 월 2940달러(약 183만 원)를 부담해야 한다.

오클랜드에서 식품점과 철물점 등을 운영하다 65세에 은퇴한 스펜서 킬퍼드(87) 씨는 5년 전 이곳의 주택을 분양받아 옮겨왔다. 부인이 사망한 후 더는 혼자 살기가 힘들어져서다.

이 시설의 소유주인 켄 크나스턴 씨는 “인구 150만 명의 오클랜드에는 4000여 명이 은퇴자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에는 은퇴자 시설이 투자 유망 업종이며 변호사 의사 등이 공동으로 은퇴자 마을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한국과 비교하면…거주환경 우수, 프로그램 미흡▼

호주 뉴질랜드와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나을까. 거주 환경은 이들 국가가 나은 반면 운영 프로그램은 단연 한국이 낫다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의 평가다.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는 주식회사 암웨이의 지원으로 서울시 98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중견 사회복지사 중 25명을 선발해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들 국가에 대한 현지 연수를 실시했다. 이들은 두 나라의 커뮤니티센터, 은퇴자 마을 등을 둘러봤다.

서울노원1종합사회복지관 정명진 부장은 “한국의 종합사회복지관과 유료 노인복지시설은 컴퓨터 외국어회화 교양 등 주당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고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이들 국가의 복지시설은 자체 운영 프로그램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서울등촌1종합사회복지관의 강형태 과장은 “우리는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이들 국가는 주민들이 필요한 것을 센터에 요구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형태로 커뮤니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용완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장은 “이 같은 차이는 일찍부터 주민 자치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회와 하향식의 행정서비스에 익숙해 있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험으로 여는 인생2막 무대, 18∼19일 ‘실버문화축제’▼

짚풀공예, 통영 전통연 등 각 지역 전통 공예를 노인들에게서 현지 사투리를 들으며 배우기, 전남 신안군의 섬 민요공연, 강원 동해시 노인 25명이 그리는 163m짜리 세계 최대의 매화병풍벽화, 경기 의정부시 노인들의 실버 록 공연….

이번 주말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호수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색 페스티벌의 프로그램들이다. 11월 18, 19일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전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2006 실버문화사랑축제’. 전국 50개 지역에서 1500명의 노인이 직접 참여해 16개의 공연형 프로그램과 15개의 강연형 프로그램, 24개 전시 및 체험형 프로그램, 10개의 특별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참가 노인들은 지난 1년간 전국의 224개 문화원에서 진행했던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수강생들이 주축이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실버 아티스트와 단체도 대거 합류했다.

이 축제는 우리 사회의 은퇴자들이 문화와 예술 배우기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하고 건강하고 보람찬 노년 생활을 꾸려 나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행사의 의미가 작지 않다. 가족 단위의 참관에 적합하며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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