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여당이 금도(襟度)를 넘었다. 야당 외교란 본래 정부가 공식 채널로 듣지 못하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이를 전달하는 보완 활동이다. 정부 여당은 결과를 겸허히 경청(傾聽)하는 것이 도리다. 더욱이 전시작전권 단독 행사는 전직 국방장관과 군 장성, 경찰청장은 물론이고 고위 외교관 출신, 지식인 그룹까지 일제히 반대하는 국민적 관심사다. 일부 ‘수구꼴통’ 집단만이 반발하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런 국내 분위기와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의 진의(眞意)를 파악하는 일에 야당이 무관심하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한미관계는 “아무 문제 없다”는 정부 쪽 호언과는 달리 야당 의원이나 학자들이 미국에 가서 보고 듣고 국내에 전한 대로 ‘불길한 조짐’이 하나하나 맞아 가고 있다. ‘미국이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피하기 위해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 및 감축을 원한다’ ‘미군은 떠나라면 떠날 준비가 돼 있다’ ‘한국의 반미(反美) 감정이 아니라 미국 쪽의 반한(反韓) 감정이 문제다’는 등의 얘기가 수없이 전해져 왔지만 정부는 ‘자주가(自主歌)’만 불러 댔다. 그 결과가 수백조 원의 국민 부담과 안보 불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방미 활동을 악취 나는 정쟁(政爭)거리로 삼는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임을 포기했음을 입증하는 듯하다. 한 국가의 외교 역량은 ‘2선 외교’의 경쟁력에도 크게 좌우된다. 정당들의 외교 역량도 그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열린우리당은 야당의 방미 활동을 비꼬기 전에 스스로 방미단을 파견해 미국 조야(朝野)를 설득할 생각이나 해봤는지, 그럴 인물이나 당내에 제대로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속 빈 ‘자주 장사’는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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