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댓글 공무원’

  • 입력 2006년 9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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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군대 안 간 젊은이를 ‘신의 아들’이라고 했다. 요즘 신의 아들 또는 딸은 단연 공무원이다. 공직은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린다. 정년까지 잘릴 걱정 없는 데다 노후엔 알토란 같은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배우자감으로 신의 자식을 선망하는 사람들은 그 하늘 같은 임이 매일 간까지 빼놓고 ‘아부성 댓글 달기’라는 중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올해 들어 48개 정부 부처가 국영 사이버 유사(類似)언론 ‘국정브리핑’에 올린 의견 및 댓글이 2271건이다. 중앙 부처 일반직 공무원(2005년 말 현재 약 9만 명) 40명당 1건꼴로 ‘비판 언론’에 대한 비판에 매달렸다는 얘기다.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각각 240건, 하루 한 건씩을 달아 1위를 차지했다니 과연 코드 부서답다. 글쓰기가 전문도 아닐 텐데 홍보와 댓글 달기에 매달렸으니, 정작 국민을 위한 정책의 구상에서부터 집행 완료까지 본업에 전념했다고 말하기는 좀 쑥스러울지 모르겠다.

▷이달 초 ‘공기업이 자꾸 커지고 있다’는 한 신문 기사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9%의 인력 소요 증가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그렇다면 민간부문의 일자리도 비슷하게 늘어야 맞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고용률은 역대 정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근로자 수는 되레 1.5% 줄었다. 기획예산처는 그런대로 엘리트 부처인데 어쩌다가 저런 억지 논리를 들이대는 집단이 됐을까. 그 시간과 노력을 비효율적 공기업 개혁에 썼다면 국민의 삶과 경제가 조금은 나아졌을 거다.

▷공직사회에선 “국정브리핑에 글 하나 잘 올리면 출세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국정홍보처 차장 시절 노 대통령과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를 화끈하게 ‘기분 좋게 해’ 일각의 예상대로 출세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에 입문한 유능한 공무원들에게 정권 비위 맞추기용 댓글이나 쓰게 하는 정부는 너무나 반(反)국민적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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