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육정수]‘안보 장사’ 잘해야 산다

  • 입력 2006년 8월 16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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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안보 장사’라는 말을 썼다. 그가 처음 사용한 말은 아니고 대통령비서진도 자주 사용해 왔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풀리거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해 이익을 본다는 뜻의 청와대식 표현이다. 과거에는 주로 정부 여당이 선거 때나 내정(內政), 시국(時局)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 안보 장사를 통해 ‘폭리’를 취하곤 했다. 남북의 긴장상황이나 간첩사건 같은 안보문제를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는 사례를 말한다.

그런데 신문이 안보 장사를 한다는 소리는 이 정부에서 처음 듣는다. 노 대통령은 9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안보 장사 시대에 성공한 일부 신문이 국민의 눈과 귀를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신문이 사익(社益)을 위해 전시(戰時)작전통제권의 이른 ‘환수’(단독행사)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신문이 안보 장사를 한다는 말도 옹색하지만, 실제로 어떤 이익을 본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신문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서 판매부수나 광고수입을 늘린다는 뜻인가. 필자는 오히려 현 정권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안보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작전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요, 자주국방이야말로 주권국가의 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평시(平時)작전통제권은 우리가 단독 행사해 온 지 이미 오래됐고, 전시작전통제권도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미국과 공동 행사하는 체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미군에 맡기는 것을 주권 문제로 보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작전통제권 환수는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마치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통째로 빼앗긴 상태인 듯이 ‘환수’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눈과 귀를 오도해 뭔가 정치적 ‘폭리’를 얻으려는 안보 장사가 아닌가.

안보 장사의 개념을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하는 ‘안보 시장’으로 넓혀 보자. 여기에도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이익’이라는 경제의 대원칙이 적용된다. 한미 군사동맹의 기본은 우리가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일부 분담하는 대신, 미국의 ‘안보 우산’을 함께 쓰는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주한미군을 우리의 용병(傭兵)으로 보는 역(逆)발상도 가능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수년 뒤 단독 행사하게 되더라도 벌써부터 드러내 놓고 ‘자주’와 ‘주권’으로 분칠해 큰소리로 외칠 일은 아니다. 안보 장사로 정권이 얻는 이익은 있을지 몰라도, 국민적 실익(實益)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미관계를 그르쳐 국민의 안보 비용만 키울 소지가 농후하다. 국민 편에서 보면, 노 정권은 안보 장사를 잘못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06∼2010년 5년간의 국방예산은 연평균 9.9% 증액된 139조 원으로 재정 총액의 16.7%에 해당한다. 2011∼2015년엔 재정의 18.2%를 쏟아 붓고, 2020년까지는 총 621조 원을 쓸 계획이다. 이런 천문학적 돈을 들여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봤자 무슨 실익이 있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안보를 확보하는 안보 장사가 진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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