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후손에 희망을"…독립유공자 후손 1억 기부

  • 입력 2006년 8월 11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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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애국지사의 후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한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11년 동안 받은 보훈연금 등을 모아 어렵게 살아가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11일 1억 원을 동아꿈나무재단에 기탁했다.

주인공은 서울 송파구에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박원재(55) 씨. 그는 항일독립운동가 박구진(朴龜鎭·1881~1951) 선생의 막내아들이다.

평남 성천에서 태어난 박구진 선생은 1909년부터 동향 출신의 의병장 채응언과 함께 황해도, 평안도 등에서 항일운동을 벌였다.

군자금 마련을 위해 평남 성천군 금융조합을 습격해 일본인 순사 3명을 사살하는 등 용맹을 떨치던 박 선생은 1919년 일본 경찰에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고 평양형무소에서 12년을 복역한 뒤 가석방됐다.

아들 박 씨는 "아버지가 백범 김구 선생과도 교분이 있어 백범 선생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셨다고 어머니께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선생이 6·25 전쟁 와중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유족들은 독립운동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받기까지 20년 동안 관련 자료를 찾아 헤매야 했다.

"일본, 중국 등 아버지의 독립운동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남은 곳이라면 안 뒤져본 곳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1993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이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신 걸 증명하라'는 것이었을까요."

그러던 중 본보 1994년 8월16일자에 박 씨 가족의 애타는 사연이 소개됐고 보도 일 주일만에 보훈처 자료관리과에서 평양형무소에서 경성에 올린 아버지 박씨의 '가출옥 관계서류'가 발견됐다.

박 선생은 공적을 인정받아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고 1996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박 씨는 "포상을 받던 날 굶는 날이 허다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돈이 생기면 어려운 애국지사 후손들을 돕겠다고 다짐했고 11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박 씨는 "서훈 10년 째 되는 해 형편이 되는 만큼 기부하기로 아들과 약속했는데 지난해 사업이 힘들어져 1년 미뤘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올해 광복절은 마침 박구진 선생의 기일(음력 7월 22일) 전날이라 아들 박 씨에게는 의미가 각별하다. 그의 꿈은 '박구진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

박 씨는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발 벗고 독립운동 기록을 찾아줘야 한다"며 "힘든 생활을 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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