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용우]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법원-검찰 갈등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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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 사건 수사를 놓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 양상이 예사롭지 않다.

두 기관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5월 이후 물밑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는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두 기관의 ‘갈등’ 밑바닥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법원 일각에선 “표적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입에 담기 힘든 원색적인 표현과 음모론까지 흘러나왔다.

조 전 부장판사가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 수사도 답보하면서 이런 주장은 법원 내부에서 더욱 힘을 얻었다. 자성의 목소리는 이런 험한 분위기에 묻혔다.

검찰이 빌미를 제공한 대목도 없지 않다.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법원은 1년 전 제보를 접한 검찰이 이제 와서 수사에 나선 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이 “김 씨가 청탁한 사건 중 90% 이상이 김 씨가 원하는 대로 해결됐다”고 밝힌 부분은 검찰 내부에서조차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법원 안팎의 비판을 자초한 것.

하지만 법원의 반발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검찰은 일반 사건 피의자나 참고인에 비해 유독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해선 ‘특별 대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다른 대형 사건에선 사문화되다시피 한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 공표죄’를 앞세워 이번 사건 수사 대상자들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했다.

수사 대상자들이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있는 법률가라는 점도 감안했겠지만 일종의 ‘동업자’ 관계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법원이나 검찰 모두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번 사건 과정에서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운 두 기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오만이 문제”라고 지적한 대전지법 금산군법원 유재복 판사의 자기성찰은 법원, 검찰의 구성원들이 깊이 새겨 봐야 할 얘기 같다.

조용우 사회부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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