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경숙]여성은 미래 경제의 희망이다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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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취업자 1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이 대표로 있는 사업체는 전체 사업체의 27.8%이다. 바야흐로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가 온 것이다. 여성(Wome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위미노믹스는 여성을 제외하고 경제 성장을 논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른 구매력도 향상돼 경제의 생산자, 소비자로서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배경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2001년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의 국민소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에 이르기 위해선 300만 명의 새 인력이 수급되어야 하고 그중 120만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선 잠재 유휴 인력으로 있는 여성 고급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 달러를 넘으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통해 노동력 부족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10여 년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1% 증가해 2005년 50.1%로, OECD 평균치인 61.2%보다 낮다. 우리 사회는 여성 인력을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여성 스스로가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여성이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도록 육아와 자녀교육에 대한 지원 체제 강화와 사회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통계청의 ‘200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출산과 육아 부담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끼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25세부터 29세까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6.1%이지만 30세부터 34세까지는 50.2%이다. 많은 여성이 자녀 출산과 동시에 일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자녀가 있는 여성 중 38.4%가 취업 중단을 경험했으며 그중 64.9%가 자녀 양육을 이유로 중단했다. 여성의 노동 단절 현상은 여성의 경력개발 공백,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따라서 모성 보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고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육아에 대한 공동체적인 사고가 확산되어야 한다. 한 아이가 크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이 일과 출산, 양육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가정 기업 사회의 배려가 절실하다.

둘째, 여성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여성이 취업 승진 배치 등에서 차별받지 않고, 기업이 성장할 때 여성도 함께 꿈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말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05년 발표한 남녀평등지수(GDI)에서 우리나라는 0.896으로 조사 대상 177개국 중 27위이다. 여성이 정치 경제활동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정도를 점수로 환산한 여성권한척도(GEM)에서는 80개국 중 59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위계화되고 가부장적인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 여성이 활발하게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힘들다는 점을 말해 준다. 기업이 능력 위주의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면 여성 역시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 리타 레비몬탈치니는 여성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 만약 무언가를 한다면, 그 일에 자신을 완전히 던져라. 그리고 누구와 삶을 나눌 것인지 분명하게 결정하라. 그리하여 그대가 원한다면 아내이자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여성 과학자도 될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 여성이 두려워할 것은 바로 두려움 자체이다. 여성이 일과 가정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면에서부터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뚜렷한 비전과 잠재력을 계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꿈을 향한 여성의 부단한 노력이 국가와 기업, 사회와 가정의 지원에 힘을 얻어 미래 경제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경숙 객원논설위원·숙명여대 총장 kslee@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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