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식품안전 관리기능을 통합하는 형태여서 공무원 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구가 생기면 하지 않아도 될 일과 그에 따른 규제를 만드는 것이 관료주의의 변함없는 속성이다. 예산과 인원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급식사고도 업체와 학교에 일임해 놓고 ‘나 몰라라’ 해 온 당국의 무사안일 탓이 크지, 식품안전 총괄기구가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관리 감독만 제대로 했더라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슈가 생기면 기구부터 만들려는 것은 이 정부의 고질병 같다. 출산율 저하가 문제로 부각되자 저출산·고령화대책본부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독도 문제가 터지자 동북아역사재단을 만드는 식이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相生)협력이 강조되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행정자치부는 이른바 지방균형화 업무를 총괄할 균형발전본부를, 건설교통부는 각 부처와 공기업의 주택 관련 업무를 총괄할 주거혁신본부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각 부처가 신설을 추진 중인 산하기관만도 2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정부 들어 생긴 각종 위원회, 기획단, 추진단은 또 얼마나 많은가.
기구와 공무원이 늘어나 행정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대민(對民) 서비스도 나아진다면 모르겠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규제만 늘어났다는 원성이 높다. 이러니 ‘역주행’하면서 혈세만 펑펑 써 대는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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