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멀로니의 진실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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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를 비교한 글을 썼다. 보수당 출신의 멀로니가 세금을 올린 덕에 재정이 살아났다고 볼 수는 없으니 증세(增稅)와 관련해 멀로니를 언급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내용이다. 국정브리핑은 이를 ‘너무나 가벼운 칼럼’이라고 비판했고(2월 6일), 지방선거 참패 뒤 노 대통령은 또 “멀로니의 소비세가 재정 위기를 해결했다”고 했다. 당시 국정브리핑은 억지와 왜곡으로 가득했다.

▷‘멀로니 총리의 연방부가세가 재정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후임 자유당이 폐지 공약을 철회하고 유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국정브리핑은 주장했다. ‘밥 먹으니 배불러 계속 먹었다’ 같은 소리다. 캐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부가세를 도입한 1991년의 정부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48.8%였다. 1993년 후임 정권이 들어서고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 1997년 64.4%까지 늘었다. 한 푼이 아쉬운 새 총리가 부가세를 폐지할 리 없다.

▷알고 보면 멀로니는 억울하다. 1984년 자유당으로부터 GDP의 40%쯤 되는 빚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전임 진보정권은 7개 부처와 14개 장관직, 114개 위원회를 늘려 정부 지출과 재정 적자를 2배씩 키운 ‘큰 정부’였다. 노 정권이 장차관급만 19명, 대통령자문위원회만 8개 늘려 DJ 정부 5년보다 더 많은 빚을 져 놓고 증세론을 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국정브리핑은 노 정부의 고위직과 위원회 증설은 쏙 뺀 채 ‘교원 경찰 등 2만2422명의 공무원이 늘었다’고만 했다.

▷2003년 캐나다 칼턴대 마이클 하트 교수는 멀로니가 정부 지출 축소, 공기업 민영화, 산업규제 철폐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했다는 글을 썼다. 퀸스대 조지 펄린 교수도 친(親)시장 정책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 회생의 기틀을 다졌다고 했다. 국정브리핑이 노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 이런 점을 누락했다면 심각한 문제다. 노 대통령이 ‘공정한 정보’를 강조하면서도 멀로니를 잘못 인용하는 까닭을 알겠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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