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도시 남발, 땅값만 올려놓고 실패하면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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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기업도시 참여가 저조하자 건설교통부가 활성화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2일 민간전문가를 불러 대기업 참여 활성화 방안을 듣기로 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올지 모르겠다. 대기업의 참여는 충남 태안의 현대건설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이렇게 기업도시가 지지부진한 것은 경제성보다 ‘균형과 형평’의 코드 논리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로 지정된 강원 원주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 심리로 폭등해 평당 770만 원을 웃돈다. 2002년 300만 원대에서 4년 만에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평당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논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땅값 집값이 뛰면 토지 수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비싼 땅값을 치르고 개발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난해 지정한 6개 기업도시 시범사업의 추진 실적도 매우 부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업도시, 과대 평가돼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도시 사업의 지속적 이행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도시 선정이 수요 분석보다는 낙후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도시는 모두 인구가 감소 추세다. 주변지역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이나 산업·관광단지 등과의 중복투자도 걱정된다.

건설교통부는 심사만 통과하면 기업도시를 무제한 허용하겠다는 방침까지 2월에 내놓았다. 이러다가는 기업들만 골탕을 먹을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도시 계획이 축소 또는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측한다. 기업도시가 실패하면 참여한 기업의 경영 악화로 투자 위축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일본도 경제성 분석 없이 정치논리에 따라 지역개발을 했다가 지자체와 참여 기업의 동반 부실을 경험한 바 있다. 기업도시는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추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울산과 파주 LCD공장, 일본 도요타 시 등 성공한 기업도시에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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