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권기성]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 막을 수 있다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코멘트
지금이 식중독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라고 하면 의아해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식중독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식중독 사고는 일반적으로 더울 때 많이 발생하고 추울 때는 적다(겨울이라고 없지는 않다). 5∼9월이 식중독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때인데 통념과 달리 가장 기온이 높은 7, 8월보다는 5, 6월에 더 많이 발생한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5월에 그 수가 가장 많았다. 이는 체육대회나 야유회 등의 단체행사가 많지만 그렇게 덥지는 않아 사람들이 식중독에 대해 방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생 경향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물론이고 보건·위생을 담당하는 각 지방자치단체 행정부서는 지금부터 식중독 예방을 위한 활동을 벌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요식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식중독 지수’ 문자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연유다.

요즘 식중독 발생은 점차 집단화·대형화하는 추세다. 이는 근래에 단체 급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예전에는 잔치에서나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지만 요즘에는 학교와 기업체에서도 단체로 같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형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단체급식의 경우 집에서 조리할 때에 비해 식자재의 단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식자재의 질이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또 대량 보관하고, 대량 조리하다 보니 재료의 변질을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자연히 식중독에 취약해진다.

식중독은 크게 ‘독소형’과 ‘감염형’으로 나뉜다. 단체행사나 여행 중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고 수 시간 이내에 복통이나 설사를 경험하곤 하는데 이는 십중팔구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독소형 식중독으로 불리는 것으로 균이 생성한 독소에 의해 탈이 나기 때문에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다.

반면 살모넬라균과 비브리오균 등에 의한 식중독은 감염형으로 음식을 먹은 뒤 3∼5일 뒤 식중독의 증상이 나타난다. 3∼5일의 잠복기는 이들 균이 체내에서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만큼 증식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균에 따라 다르지만 통산 100만 마리 이상으로 균이 증식하면 식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인 복통과 고열, 설사, 두통을 일으킨다. 살모넬라균은 오염된 육류나 계란을 통해, 비브리오균은 어패류나 생선회 등을 날로 먹는 경우 감염된다.

최근에는 이런 세균성 식중독뿐만 아니라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성 식중독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겨울철에도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염된 굴이나 어패류가 주 원인이다.

통상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섭씨 37도에서 10분에 2배로 불어난다. 1마리가 100만 마리로 늘어나는 데는 이론적으로 3시간 20분이면 가능하다. 섭씨 30도에서는 4시간 만에 100만 마리로 증식한다. 여름에는 조리를 하고 나면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이 함정이다.

특히 조심할 것은 자동차 트렁크다. 기온은 20도라 하더라도 자동차 트렁크 안은 30∼35도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트렁크에 넣어두고 3, 4시간씩 여행한 뒤 먹을 경우 탈이 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최근의 식중독 환자 발생 수 변동에서 알 수 있듯이 예방을 잘하면 효과가 크다. 손만 잘 씻어도 많은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 조리할 때는 가급적 70도 이상으로 가열해 조리하고, 조리한 후 남은 음식은 10도 이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주말에 단체행사용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면 한 번 더 신경을 쓰자.

권기성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미생물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