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개구리 소년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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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 26일 대구 근교 농촌마을 소년 5명이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언론이 도롱뇽을 개구리로 잘못 보도하는 바람에 ‘개구리 소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로부터 11년 6개월 만에 마을에서 2.5km가량 떨어진 와룡산 자락에서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을 감정한 경북대 법의학팀은 3명의 두개골에서 둔기에 의한 손상 흔적을 찾아내고 ‘살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 발생 2년이 되던 해 열린 세미나에서 TV 드라마 ‘형사반장’의 모델이었던 최중락 씨는 “부모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섯 아이는 와룡산에서 목숨을 잃고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씨의 추리가 정확했던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 소년들의 ‘가출’로 보았던 경찰은 실종 7개월이 지난 뒤에야 군인들과 함께 와룡산 일대를 수색했으나 이미 낙엽이 쌓인 뒤라 암매장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특이한 점은 개구리 소년의 유골 근처에서 10여 개의 탄두(彈頭)가 발견된 것이다. 인근에는 군부대 사격장이 있었다. 유골 발견 후 소년들이 도롱뇽을 잡으러 간 게 아니라 탄두를 주우러 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에도 몇 번 탄두를 주우러 간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롱뇽 소년’이 아니고 ‘탄두 소년’인 셈이다. 사격연습을 하던 군인들이 사격장에 갑자기 출현한 어린이들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하면서 사건이 비롯됐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시일이 너무 흘러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들은 시신을 초기에 발견했더라면 범인을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한다. 11년 6개월이 지난 유골로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마저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반(反)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으나 법이 개정되더라도 25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된 ‘개구리 소년’ 같은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민사상 불법 행위의 소멸시효는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이므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가족과 어린 넋들을 달래기 위해 범인을 잡는 시효란 있을 수 없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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