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개선도장(改善道場)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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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한국에 ‘가이젠도조(개선도장)’라는 것을 세운다. 서비스 ‘개선’을 실현하려는 도요타의 사내교육 ‘도장’이다. 물론 고급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한 영업 전략이지만 이 회사의 화두(話頭)인 개선의 의미가 재미있다. ‘개선은 영원하고 무한하다. 개선 속에 항상 새로운 개선의 싹이 있다. 개선한 것을 또 개선하고 다시 개선하자.’ 이렇게 절규하듯 외쳐 오는 사이 개선은 도요타의 성공비결 중 하나가 됐다.

▷공장 휴게실에도 ‘좋은 품질은 좋은 생각이 만든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개선을 재촉한다. 사원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한 해 6만 건이 넘는다. 회사는 그 가치에 따라 500엔(약 4000원)에서 2만 엔(약 16만 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준다. 개선은 ‘낭비 없애기’가 주류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핵심으로 꼽히는 ‘적기(適期) 맞추기’도 필요한 부품을 제때에, 필요한 양만큼 맞추자는 ‘개선’에서 나온 것이다. 재고와 반품이 줄고 창고가 없어지는 사이 자동차 가격이 싸지고 시장 공략은 한층 쉬워졌다.

▷개선 정신은 노조에도 스며 있다. 도요타 노련(勞聯)은 27만 조합원을 상대로 개인의 가족 구성과 총수입을 토대로 금융투자 설계를 해 준다. 저금은 얼마씩 해 나가야 노후 대비가 될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합원에게 일러 주는 것이다. 세계 ‘최강 기업’에 임금 인상만 요구하지 말고 가계의 낭비를 찾아 줄이자는 노조다. 노조원의 안정적인 미래 설계와 복지가 곧 공장의 생산성으로 이어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선과 대조적인 ‘우직(愚直)’도 도요타의 정신이라고 한다. 도요타의 경영 노하우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항 병원 대학, 심지어 제과점에 이르기까지 전수됐다. 한 해 36만 명 이상이 벤치마킹이나 견학을 하러 온다. 그런데도 왜 굳이 ‘우직’인가. 도요타에 입사하면 ‘한바이텐사마(販賣店樣)’라는 말부터 가르친다. ‘사마’란 극존칭이다. 우직하고 겸손하게 판매 일선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강한 기업의 겸손이 무섭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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