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난 세습 막으려면 학교가 열심히 가르쳐야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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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입시정책이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을 줄이는 데 매달려 온 것은 큰 잘못이다. 2008학년도부터 대입 수능시험을 등급제로 바꿔 전국 1등부터 2만4000등까지 같은 점수를 주기로 한 것이나,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간 학력차(學力差)를 무시하고 본고사도 금지하는 것은 공부 잘하는 학생을 격려하기는커녕 끌어내리려는 시대착오적 정책이다.

더구나 이런 정책은 사교육비를 줄이지도, 저소득층의 교육기회를 넓혀 주지도 못하고 있다. 내후년에 적용될 대입제도는 내신, 수능 등 여러 갈래의 준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부담을 더 키울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한층 불리할 수밖에 없다.

내달 2일 열리는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에서도 ‘교육 양극화’의 실상이 확인됐다. 성균관대 차종천 교수는 ‘고소득 전문가’의 자녀는 ‘저소득 노동자’의 자녀보다 고소득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3.62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통로가 날로 좁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대학 양정호 교수는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와 상위 20%의 사교육비 격차가 2001년 7.6배에서 2004년 8.6배로 커졌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학교들이 더 열심히 가르쳐 저소득층 자녀들도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열심히 가르쳐 가난의 세습을 막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방과 후 학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거의 무료로 보충수업을 해 주는 것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교조는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인다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가난한 학생들을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고 돌봐 왔는지 반성부터 해야한다. 전교조가 방과 후 학교까지 반대하면서 ‘민주화 교육, 평등 교육’을 외치는 것은 국민을 기만(欺瞞)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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