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외모 市場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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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고구마가 걷고 있다. 때마침 얼굴이 희고 고운 찹쌀떡이 지나갔다. 감자가 감탄했다. “쟤 예쁘지 않니?” 그러자 고구마가 톡 쏘았다. “흥, 그거 화장발이야!”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머 한 토막이다. 외국 화장품회사에서 우리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을 만큼 한국 여성들의 ‘화장발’은 유명하다. 남성 외모 가꾸기를 뜻하는 ‘메트로 섹슈얼’ 바람을 타고 웬만한 직장 남성들도 저마다 한류(韓流) 스타 뺨치는 외모 감각을 자랑한다.

▷전국 가구에서 외모를 가꾸는 데 쓰는 이·미용 장신구 비용이 월평균 5만9611원이라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두뇌를 가꿔 주는 서적·인쇄물 구입비(1만397원)의 5배다. 교재나 참고서는 따로 교육비에 속하는 반면, 서적·인쇄물 비용에 신문 잡지는 물론 아이들 동화책과 교양서적까지 포함된다. 신문 구독료가 월 1만2000원이니까 집에서 신문을 본다면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사는 셈이다. 또는 신문 구독을 안 하는 대신 책을 한 권쯤 사 본다는 얘기이거나.

▷외모 시장(市場)의 발달은 지나치게 실용적인 의식구조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외국 언론들이 ‘황우석 사태’의 한 원인으로 언급한 것이 빨리빨리 성향이다. 과정은 대충 넘기고 외양과 결과만 따지다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미용 장신구도 구입하면 곧 효력을 발휘하는 특징이 있다. 사서 읽고 지식으로 축적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서적·인쇄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장발은 전략이며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인가.

▷뉴스위크는 ‘2006년 이슈’로 지식혁명을 내걸었다. 과학혁명이 가속화되고 지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더 빨리 익히는 나라만 번영할 수 있다고 했다. 학교에선 지식을 경시하고, 학교를 떠나서도 외모에만 돈을 쓰다간 이 거대한 흐름에서 처질 수 있다. 마침 일본 도호쿠대의 뇌 과학자가 신문만 잘 읽어도 사고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이마엽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했다. 새해엔 신문으로 뇌를 단련한 뒤 본격적으로 책 한 권 사서 지식혁명 대열에 동참하면 어떠실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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