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2년 오스만제국 멸망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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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에는 우주 무역도시가 자주 묘사된다. 그곳에서는 각기 다른 별에서 온 인간과 유사인간 그리고 척추동물 파충류 곤충 등이 대립하거나 협력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우주의 무수한 행성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명체들은 언젠가는 그렇게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구에서도 궁극적으로 인종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통신 발달과 상호 소통 증가로 국가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모든 사람이 인종이 아니라 오직 능력과 노력으로만 평가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인종이 서로 차별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대등하게 공존하는 곳이 있다. 터키의 이스탄불이 그러한 경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있는 이스탄불은 인종의 다양성과 상호 공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다. 그곳에서는 외형적으로는 확연히 구분되는 서양인과 동양인 그리고 중동인들이 ‘터키인’으로서 공존하고 있다.

이는 터키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14세기 초 중앙아시아의 오스만왕조가 팽창하면서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엄청난 제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왕조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에 수도를 둔 가톨릭권의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헝가리 루마니아 등 오늘날의 동유럽과 중동, 이집트까지 정복한 오스만제국으로 성장하면서 16세기 무렵에는 수많은 종족이 뒤섞여 살게 됐다. 터키 타타르 튀르크만 아랍 쿠르드 보스니아 그리스 불가리아 헝가리 슬라브 루마니아 아르메니아 유대인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수세기를 내려오다 보니 차별의식이 희박해진 다민족 공동체가 성립된 것이다.

오스만제국은 그 뒤 점차 쇠퇴해져 1922년 11월 1일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끄는 국민의회에 의해 왕정이 폐지됨으로써 멸망하고 말았다.

오스만제국이 한때 그처럼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민족 융화정책과 함께 지배세력 스스로 엄격한 규율과 절제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제국의 패망 역시 지배층이 그러한 절제로부터 일탈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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