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어공용어 도입 논란

  • 입력 2005년 10월 21일 15시 23분


코멘트
국민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경제특구 및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정부방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뜨겁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 20일 공청회를 열고 향후 5년간 추진할 국민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시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인천, 부산, 광양 등 3개 경제 특구와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내용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됐다.

따라서 이르면 2008년부터 이 지역의 학교에서는 수학과 과학 등 다양한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학습하는 ‘영어몰입교육’이 시범 실시된다.

이에 대해 ‘국제화에 필요한 조치’라며 찬성하는 의견도 많지만, ‘한글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누리꾼들이 찬반으로 갈려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국경의 구분이 없어지며 급속도로 국제화되는 시점에 좋은 발상이다. 우선은 그 많은 유학비가 줄어드니까 국비가 절감되고 소득수준에 따른 외국어교육의 차별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ljh33068)”,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언어적 마찰이 없어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는 등 무수한 경제효과가 있다.(danny)”, “제주도 등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관광수입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김석)”고 주장했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영어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언어라는 것이 국제적인 인식이다”며 “과거엔 언어적 주체성이라는 이유로 영어공용화 반대에 앞장섰지만, 지금은 영어가 통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지위를 누리는 필요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kjt6402’도 “국제적인 추세가 영어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언어 때문에 뒤쳐질 국가 경쟁력과 영어에 투자되는 비용, 엄청난 시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limby67’은 “절대 반대한다. 영어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배우면 된다 ”며 “공용어화로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은 학교의 교육부터 현실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crosshm’도 “최근 초중고 학생들의 한글 파괴현상이 가뜩이나 심각한데 정부는 모국어부터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며 “온 국민들이 국어보다 영어에 목매어 공부하는 게 현실인데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면 누가 국어를 공부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스스로를 국어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한글처럼 우수한 말은 없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자긍심이고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며 “공용화는 한국인이 한국어를 못하고 영어만 잘해도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 다는 의미다. 국민 간의 언어적 이질감이 생긴다면 정신적인 이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교육부의 방안은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하고 주요 과제들에 대한 투자계획 및 추진일정 등을 보완해 11월말 인적자원개발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