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48년 컬럼비아사 LP판 개발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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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6월 21일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사가 비닐계 재질로 된 LP판을 개발해 마침내 LP판 시대가 열렸다.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음악 감상의 대명사 자리를 차지해 온 LP는 가늘게 파인 홈을 따라 바늘이 긴 시간 음악을 들려준다는 뜻에서 명명된 ‘Long Play’의 약자.

기존 유성기로 틀던 SP(Stan-dard Play)판은 한 면에 5분을 넘지 못했으나 LP판은 지름 30cm인 레코드 한쪽 면이 40분을 넘었다. 본래 LP판은 1931년 미국의 RCA가 개발했다. 그러나 재질이 기존 SP판과 마찬가지로 셸락(shellac·동물성 천연수지의 일종)이어서 잡음이 많아 제조를 중단했다. 이후 사라졌다가 컬럼비아사 연구원 윌리엄 배크먼과 피터 골드마트가 개량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LP판이 나오게 된 것.

LP판은 카세트테이프에 이어 등장한 CD, MP3에 밀려 현재는 음반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LP판을 찾는 마니아가 늘어난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불기 시작한 우리 사회 레트로(복고)문화의 한 단면이다. 한 장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것들도 있을 정도라니 이제 LP판도 고가의 컬렉션 품목이 되었다.

삶의 모든 순간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들의 반복일진대, 왜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을 추억하는 걸까. 이 세상 도처에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책이 있는 후미진 구석방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처럼 ‘무언가를 추억한다는 것도 곧 숨을 곳을 찾는 일’일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천천히 돌아가는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구수하고 정감이 넘쳤다. 판이 긁히기라도 하면 바늘이 홈을 넘지 못하고 일정한 구절만 자꾸 되풀이되는 것도 LP판에나 있는 추억이다. 당시에는 귀찮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허술함이 인간적인 정감이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 세월을 지나 온 사람들에게는 ‘언어폭력’에 화가 난다며 적에게 들이댈 총부리를 전우에게 들이미는, 인간이 아닌 기계(컴퓨터)에 휘둘리는 세대가 당혹스러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하긴 세상의 적과 아군이란 게 철책선으로만 나눠지지 않는 그런 시절이 아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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