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완주군 화산농협의 작은 ‘선거 혁명’

  • 입력 2005년 4월 12일 21시 39분


코멘트
그제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서는 작은 ‘선거 혁명’이 이루어졌다. 단위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과 유권자 1000여 명이 검은돈도, 불법 탈법도 없는 깨끗한 선거를 치러 낸 것이다.

농촌에서 농협 조합장의 힘은 크다. 다루는 자금만도 연간 수백억 원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이든 조합장 선거 때면 금품 향응이 오가고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하지만 화산농협은 이런 구태(舊態)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준기 심상무 이중수 이진철 씨 등 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되기 전에는 함께 여행을 떠났다. 사전 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선거운동 중에는 ‘공명 결의’를 몸으로 실천했다.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였다. 돈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이진철 후보가 당선되자 낙선자 3명은 깨끗이 승복하고 힘껏 밀어주기로 했다.

처음엔 유권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는 후보들이 여행을 떠나자 다른 사람을 내세우겠다며 가족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도 있었다. 하지만 후보들은 꿈적도 안했고 결국 유권자도 달라졌다. 주는 손이 없으니 내밀었던 손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선거관계법이 엄격하게 바뀌어 이제 돈 선거, 불법 선거는 발을 붙일 수 없다고 정치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17대 총선 후 국회의원 40여 명이 선거사범으로 기소돼 지금까지 6명이 의원직을 잃은 데서 보듯이 깨끗한 선거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4·30 재·보궐선거 지역에서도 벌써 혼탁선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교육감 선거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기도에선 향응, 괴문서 살포 등으로 일부 후보가 고발됐고 인천에선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화산농협의 사례가 당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선거 후엔 승자와 패자가 낯을 붉히는 여러 선거 판에 자극이 됐으면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