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사법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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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법) 안의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과거사법은 지난해 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뤄 2월에 처리키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군(軍) 등의 과거사 규명 작업과 상당 부분 중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사법의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예컨대 국정원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납치사건은 과거사법에 규정된 ‘건국 이후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에 해당한다. 이 중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은 이미 검찰 및 경찰의 조사 대상으로도 결정됐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몇 개 기관이 동시에 조사를 벌이는 것도 모자라 과거사법에 따라 설치되는 별개 위원회가 또 조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럴 경우 공권력의 낭비와 비효율은 뻔하다. 조사 대상자로선 오전에 이 기관에서 조사받고, 오후에는 저 기관에 나가야 하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다고 과거 사건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나라만 온통 시끄러워지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국가기관들이 저마다 진상 규명에 나선다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 “잘못되면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니라 역사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은 어두운 과거를 씻고 미래를 향한 통합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상 규명의 방법과 절차부터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사법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여야는 서둘러 과거사법 수정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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