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인사실패가 낳은 '사흘 부총리'

  • 입력 2005년 1월 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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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줄곧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온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어제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일파만파로 확대되던 이 부총리에 대한 자격 시비가 사흘 만에 정리돼 그나마 다행이다.

이 씨의 교육부총리의 임명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와 연관된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판공비 과다 사용, 기업 사외이사 겸직, 법인카드 임의 사용 등 과거 서울대 총장 시절 문제가 됐던 사안만이 아니다. 장남의 국적, 병역, 부동산 관련 논란에 이어 어제는 대학 부정 입학 의혹이 새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장남의 한국 국적 포기를 뒤늦게 호적을 보고서 알았다는 이 부총리의 해명도 거짓말 논란을 불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다가 사태를 키웠다. 서울대 총장 시절 도덕적 흠결로 인해 중도하차하는 대가를 치른 만큼 대학 개혁 능력에 우선순위를 두어 발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를 미리 찾아내지 못한 것 자체가 검증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임기 초반부터 ‘도덕성 시비’ ‘정실인사 시비’에 휩싸인 처지라면 그가 추진하는 어떤 교육 개혁도 공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장관 한 사람의 행동과 이미지가 나라와 국민에 끼치는 영향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시켜서도 안 된다. 하물며 수백만 학생과 교직원의 사표(師表)가 돼야 할 교육부총리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새 교육부총리는 나라의 미래가 걸린 교육 정책의 수장(首長)으로서 도덕적 흠결이 없는 인사여야 한다. 교육의 신뢰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흘 부총리’로 막 내린 이번 인사 실패를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다시는 잘못을 거듭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이번 이 씨의 부총리 추천과 검증에 간여한 인사들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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