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인격체, 부모부터 이해 노력을”…‘자식과 대화법’

  • 입력 2004년 12월 6일 19시 09분


코멘트
세대간 의식차이는 심해졌는데 부모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자녀는 예전처럼 공부가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부모는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자녀의 가치관에 혼란을 일으키므로 미리 원칙을 세워두는 게 좋다. 그림제공 나무생각
세대간 의식차이는 심해졌는데 부모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자녀는 예전처럼 공부가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부모는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자녀의 가치관에 혼란을 일으키므로 미리 원칙을 세워두는 게 좋다. 그림제공 나무생각
“내가 자랄 때는 엄마 아빠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했어요. 아이에게 왜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지 얘기하지요. 그러나 말할 때뿐 아이는 돌아서면 금방 컴퓨터 게임에 빠집니다.”

“아이가 공부하라는 말을 잘 안 들어요. 물론 어느 정도 따라하는 척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요. 저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요. 그럼에도 자꾸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4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부모교육 강연회에서 쏟아진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연사로 나온 서광 스님(46·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은 “훌륭한 부모 밑에 문제아는 없다”며 부모의 태도 변화를 먼저 강조했다.

서광 스님은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에 의해 대상화돼 수동적으로밖에 행동하지 못한다”며 “아이가 주체적 인간으로서 자신을 계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스턴에서 10여 년간 교민을 위한 교육상담(cafe.daum.net/Bodhisattva)과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부모들이 진정한 대화 방법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부모들의 관심은 오직 공부입니다. 아이들에게 ‘왜 우울하니?’ ‘어째서 학원에 가지 않니?’ 하고 묻지만 진정으로 아이의 기분을 살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빨리 감정을 수습하고 공부하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지요.”

아이들의 말대꾸도 마찬가지. 어른들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수긍할 수 없어 나오는 반응인데 어른들은 이를 기어오른다고 나무란다.

서광 스님은 “어른들도 대화에서 형평에 어긋나면 안 된다”며 “부모가 최선을 다해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아이가 변화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부모와 자녀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이란 책을 낸 대화전문가 이정숙 씨(52·SMG 대표)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부모가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안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 식으로 잡아당기면 아이들은 도망가지요.”

‘공부기술’이란 책으로 유명한 조승연 씨(23·줄리아드음악원 작곡과 2년)의 어머니인 이 씨는 “작은아이가 운영하는 ‘공부기술’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공부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얼마나 심각하게 갈등하는지 깨달았다”며 “정말로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원한다면 자녀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 자녀에게는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하면 그만두도록 하고 그 대안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아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 씨는 서광 스님과 달리 부모의 잔소리에 대해 말대꾸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것은 부모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잔소리를 피하면서도 관계를 해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애교작전.

“용서해 주실 거죠”라고 애교를 부리거나 적어도 “숙제해야 하는데 그냥 여기 있을까요?”라고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한다.

지난달 수도권에 있는 롯데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 학부모를 위한 순회특강을 한 최치영 씨(CMOE 코리아 대표)는 부모 중심의 양육에서 자녀 중심의 양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이기적 사고가 자녀 자신의 꿈이나 욕구를 죽입니다. 그 결과 자녀의 자발적인 학습동기를 약화시키며 자녀와 갈등하게 됩니다.”

최 씨는 지시적 명령적 대화보다는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질문형 대화 방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자녀의 생각을 일깨워주려면 “이번 시험에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자녀의 시각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네가 학교에서 활기차게 행동하면 친구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마음의 문을 열려면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넌 어떻게 할 거니” 하고 물어보라는 것이다.

▼나는 자식과 얼마나 대화를 잘하는 부모일까?▼

정도에 따라 ①그렇다-2점 ②그런 편-4점 ③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6점 ④비교적 그렇지 않다-8점 ⑤그런 적이 없다-10점을 주어 각 항목의 점수를 더한다.

1.아이가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면 못하게 한다.

2.아이가 다른 애들에게 지고 들어오면 먼저 화를 낸다.

3.아이가 내가 말할 때마다 짜증을 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4.아이가 친구를 사귀면 그 친구에 대해 꼬치 꼬치 묻는다.

5.아이가 학교에서 늦게 귀가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한다.

6.아이가 경쟁에서 질까봐 초조해서 뭔가를 하라고 이른다.

7.아이가 포르노그래피를 볼까봐 아이 방을 자주 점검한다.

8.아이와 용돈 때문에 옥신각신할 때가 많다.

9.아이가 밥을 굶으며 시위하면 마음이 불편 해 요구사항을 들어준다.

10.아이가 학교생활을 다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80점 이상=자녀와 비교적 대화를 잘하는 부모

○80점 미만 60점 이상=자녀가 원치 않는 말 을 함으로써 자녀가 피하게 하는 편. 눈에 거 슬리더라도 자녀의 일을 지켜보도록 한다.

○60점 미만 40점 이상=잔소리가 심한 편. 자녀는 당신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일도 오 히려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녀와 거 리를 두고 자기 일을 찾아본다.

○40점 미만=부모 노릇을 전반적으로 점검 해 보아야 한다. 자녀가 당신의 간섭과 일 방적 설교로 부모와 멀어져 있을 것이다. 상처받은 자녀의 마음을 다독여 주어야 한다.

자료:부모와 자녀가 꼭 알아야할 대화법-부모편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