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연일 고공행진… 정부 대책 약효 있나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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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김포공항 인근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셀프주유소는 L당 30원가량 싸다는 것이 주유소측의 설명이다. -박주일기자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김포공항 인근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셀프주유소는 L당 30원가량 싸다는 것이 주유소측의 설명이다. -박주일기자
정부가 6일 경제장관회의를 갖고 발표한 고유가 대책은 한결같이 중장기 대책만으로 이뤄져 있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가 수준은 물가 상승과 성장률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교통세 인하 등의 단기대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高)유가의 영향에 대해서도 정부와 민간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정부는 5%대 성장률이 가능하고 물가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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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기대책 없다”=정부의 고유가 대책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稅制)지원 확대 등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를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에너지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교통세 등 내국세나 석유수입부과금을 낮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인상분을 흡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교통세 등을 낮추지 않기로 했다. 시장 왜곡과 세수(稅收) 감소 우려에 따른 것이다.

▽위기감 확산되는 민간업계=민간 전문가들은 고(高)물가-저(低)성장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유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한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경우 소비자 물가는 0.15%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1∼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팀장은 “복합적 변수로 인해 유가가 연내에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5% 성장률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고유가가 미국 내 소비 감소와 성장률 둔화를 야기하면서 세계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을 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유가 50달러 돌파 시간문제”=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유가가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현재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 4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는 국제 유가가 조만간 50달러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와코비아증권의 에너지 담당 이코노미스트 제이슨 셴커는 “조만간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유가는 수년간 계속 상승세였고 그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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