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로버트김 모친 황태남씨 별세

  • 입력 2004년 6월 4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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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수감중인 로버트 김(왼쪽)이 4일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듣고 부인 장명희씨와 손을 마주 잡은 채 슬픔을 삭이고 있다.[워싱턴=연합]
가택수감중인 로버트 김(왼쪽)이 4일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듣고 부인 장명희씨와 손을 마주 잡은 채 슬픔을 삭이고 있다.[워싱턴=연합]
“왜 이렇게 부모와 연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올 2월 아버지 김상영씨가 별세할 때 임종하지 못한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은 4일 오전 4시반경(현지시간) 어머니 황태남씨(사진)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비통해했다.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어머니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떠나보낸 것이다.

내달 27일이면 여행이 가능한 가석방. 8년을 기다렸던 어머니가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바로 이틀 전까지 전화로 아들의 건강을 묻던 어머니였다.

“새벽에 동생(김성곤 열린우리당 의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 아마도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모시고 가셨나 봅니다. 어머니께서 7월 21일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예약하셨는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실컷 하자고 하셨어요.”

김씨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만난 것은 2001년 여름. 아버지와 함께 교도소로 면회왔을 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건강을 가장 걱정했다.

작고한 황씨는 김씨의 생모는 아니다. 생모는 김씨가 코흘리개 때 세상을 떠났고 부친은 김씨가 6세 때 재혼했다. 그러나 어머니 황씨의 모정은 ‘낳은 정’ 못지않았다. 김씨의 동생인 김 의원은 “사춘기가 될 때까지도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어머니 황씨의 한결같은 자식사랑을 회고했다.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중 국가기밀을 한국에 넘기는 바람에 영어의 몸이 돼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김씨. 그러나 그는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추호도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는 비보를 듣자마자 교도담당관에게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의 장례마저 모시지 못하는 것은 상주(喪主)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곤란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만 한국 후원회에서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봐야죠.”

2월 부친상을 모시지 못했던 김씨는 “임종할 수 없었던 불효를 용서해 달라”는 육성 테이프를 대신 보냈다. 절절한 사부곡이었다. 그는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이번에도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머니의 영전에서 마음껏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다.

어머니 황씨는 2001년 8월부터 유방암을 앓아 왔고 최근까지 경기 남양주시의 한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향년 83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는 김씨가 한국에 올 수도 있으므로 5일장으로 한다. 발인 8일 오전 7시. 02-3010-2235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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