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시아의…' 아시아 시민의식 어떻게 커왔나

  • 입력 2004년 1월 16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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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20일 부패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시내를 가득 메운 시민들.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부문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시민사회를 나라별 특성에 따라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1년 1월 20일 부패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시내를 가득 메운 시민들.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날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부문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시민사회를 나라별 특성에 따라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시아의 시민사회/권혁태 외 8인 지음/344쪽 2만원 아르케

‘시민사회’만큼 오랜 사상사적 기원을 갖는 연구주제도 드물다. 아리스토텔레스, 스콜라철학자, 계몽철학자에 이어 헤겔, 마르크스, 토크빌 등 근대 사회사상의 거장들을 거치고, 그람시로 연결돼 20세기 중후반에 다시 분출한 시민사회사상은 어쩌면 인류의 정치사회사상사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시민사회론만큼 덜 분석적이고 불분명한 채 남겨진 분야 또한 흔치 않다. 사회사상은 학술적으로 정교하게 발전되는가 하면 때로는 정치적 실천의 이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시민사회론은 성급히 후자의 경로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의 시민사회론 역시 실천적 맥락과 결부돼 있다.

즉 1980년대의 사회 성격 논쟁이 민중운동의 노선 문제를 배양했다면 시민사회론은 1990년대의 새로운 사회운동을 전망했던 것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론은 언제나 다급한 실천적 요청 속에 학술적 ‘분석의 빈곤’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의 탈출’과 ‘분석으로의 귀환’이라는 양면으로 보자면 이 책은 분석으로의 귀환을 시도하는 의욕적 연구서라고 할 만하다. 그 내용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5개국의 시민사회를 비교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의 1차년도 연구성과다. ‘개념과 역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각국의 시민사회 담론과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시민사회의 개념, 역사, 전망을 다뤘다. 일본은 주로 개념사적 계보, 태국은 민주화 과정과 함께 시민사회론의 흐름을 검토했다. 중국의 경우 민간조직의 발전에 주목했고, 대만은 비영리조직인 기금회(基金會)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첫 장에서 보여주는 국제 비교를 위한 지표들이다. 시민 불복종의 경험, 문자 해독률, 정보공개의 정도 등 시민사회에 관해 던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들이 망라돼 있는 다양한 지표의 제시야말로 시민사회에 관한 실증적, 분석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으로 의미가 크다.

문제는 저자들이 비교의 방법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의 문제는 다양한 지표의 개발로 충족되지만, 비교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과제를 비켜간 점이 아쉽다. 각국의 ‘개념과 역사’가 각각 독립적인 장으로 기술되었으나 ‘비교’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채 끝맺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별로 서로 다른 내용이 다루어지기도 해서 애초에 가진 비교의 목적을 의심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시민사회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독려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후속 연구가 곧 출간될 예정이라 하니 새로운 기대가 있어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하지 않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dych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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