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양보못해” 美-러 新냉전…세력권에 편입 경쟁

입력 2003-12-05 18:58수정 2009-09-28 03:5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국과 러시아가 카프카스 산맥의 옛 소련 공화국이었던 그루지야에서 ‘제2의 냉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4일 “그루지야에서 신(新)냉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양국은 지난달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의 퇴진을 계기로 그루지야를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그루지야는 인구 550만명의 소국이지만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전략요충지이며, 카스피해 유전에서 나온 석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길목에 있다.

▽‘러시아 몰아내기’ 나선 미국=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5일 전격적으로 그루지야를 방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1999년 약속한 바대로 그루지야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당시 2001년까지 그루지야에 있는 2개 기지를 닫고, 나머지 군 기지들의 철수 준비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3일에는 린 파스코 미 국무부 차관보가 다녀가는 등 미 고위 관리들의 그루지야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파스코 차관보를 통해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에게 위로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시민혁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은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이번에는 그루지야에 반드시 친미 정권을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2일 그루지야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철군은 물론 러시아가 그루지야 정국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루지야 지키기’ 나선 러시아=미국의 공세에 러시아도 다급해졌다. 미국 주재 대사를 지낸 블라디미르 루킨 하원 부의장은 4일 “그루지야가 친 러시아 노선을 유지하지 않는 한 통일국가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루지야가 러시아권에서 이탈하면 분할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그루지야 내 3개 자치공화국인 아자리야, 압하지야, 남(南)오세티야는 모두 러시아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사실상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그루지야의 차기 정권이 탈(脫) 러시아 움직임을 본격화하면 아예 ‘그루지야 해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루지야에서 철군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러시아는 2일 “정치적으로는 철군 의사가 있다”(블라디미르 치조프 외무차관)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군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10년은 더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지야에서 철수할 의사가 거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그루지야에는 약 3000명의 러시아 군대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무기로 그루지야 진출을 본격화하면 러시아가 이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