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 1일 탐험 둘째날-계속되는 블리자드

입력 2003-12-04 17:43수정 2009-09-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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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대장이 풍향계로 풍속을 측정하고 있다.
환한 새벽 2시경 바람이 갑자기 거세지더니 텐트가 안쪽으로 심하게 기운다. 문밖을 내다보니 강풍에 쓸려가는 눈이 어제의 바람은 바람 축에도 못들 정도다.

새벽 4시, 운행을 준비한다. 바람에 쓸려온 눈이 텐트 주위에 수북히 쌓여 오희준, 이현조 대원이 밖으로 나가서 치우는 작업을 한다. 바람에 강하기로 소문난 노스페이스 텐트지만 남극의 블리자드에는 웬지 약하고 불안해 보인다. 패트리어트 힐의 캠프에 쳐져 있던 텐트들도 바람 때문인지 노스페이스 텐트 일색이었다.

풍속을 측정하기 위해 박대장이 밖으로 나갔다. 바람 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세우고 풍향계를 갖다댄다. 순간 풍속이 최대 초속 20m. 블리자드 속에서의 촬영은 악몽이다. 뷰파인더로 희미하게 보이는 박대장을 제대로 잡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눈이 날려 선글라스는 무용지물이고 입과 코주위로 금방 고드름이 달라붙는다.

허큘리스는 극점에서 1100km 이상 떨어진 곳이고 고도도 해발 432m밖에 되지 않아 남극의 진짜 추위를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추위는 바람이 강할수록, 고도가 높을수록 강해진다. 게다가 남극에서는 해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텐트 안에는 안쪽으로 기우는 텐트 벽을 강철원 대원과 이현조 대원이 몸으로 버텨 막고 앉아 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박대장은 블리자드 속으로의 강행은 무리라고 판단한다. 먹는 것은 운행할 때와 똑같은 간격으로 먹되 언제 바람이 멈출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며 출발에 대비하라고 지시한다.

블리자드는 그치지 않고 불어댄다. 미친년과 바람은 해가 떨어져야 잠을 잔다고 했는데 남극에서는 해 떨어 질 일이 없어서인지 블리자드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녁식사 풍경이 어제 같지 않다. 찹쌀 죽과 김치국을 5분도 안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넘겨 버린다. 낮 같은 밤이지만 바람 그치면 곧 시작 될 운행시작에 대비하며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기세가 약간 꺾인 바깥바람에 내일의 운행재개를 기대해본다.

남극원정대 이치상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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