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조이고…분양 안되고…규제늘고…건설업계 시련의 계절

입력 2003-11-18 17:20수정 2009-09-2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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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조이고 분양도 안 되는데 규제는 많고….’

주택건설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내세워 잇달아 부동산 시장 규제대책을 강화하자 우려했던 건설업계 경영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부도를 낸 일반건설업체는 10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개사보다 186.8%, 지난해 1년간의 47개사보다 131.9% 증가했다.

▽명동 사채시장에 건설사 어음 늘어=중견 건설업체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 명동 사채시장으로 유입되는 건설회사 어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주택건설 경기가 불투명한 데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 건설업체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면서 어음 소지자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현금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

명동에서 어음중개업을 하는 A사장은 “일부 우량 건설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업체의 어음은 리스크가 많아 어음으로 쳐주지도 않는다”면서 “최근 물량이 많아지는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할인을 해야 할 만큼 건설업체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I건설의 어음할인 의뢰가 잇따랐다. 이 회사는 최근 벌여놓은 공사는 많지만 분양이 잘 안돼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I건설은 자사가 어음을 발행하는 것은 물론 시행사를 통해서도 상당량의 어음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W사 등 중견 건설업체들의 어음도 꾸준히 돌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체 인력난 심화 우려=정부가 17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택건설업체로서는 악재다.

주택업계는 2001년경부터 아파트 건설붐이 일면서 부족한 건설인력을 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해왔다.

내국인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단독 및 다가구주택 현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민간 아파트 현장에서는 불법체류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부연구위원은 “올 3월 말 현재 건설업계가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13만4000명으로 추정된다”면서 “불법체류자 강제 출국과 단속이 이어짐에 따라 작년에 겪은 ‘건설인력 대란(大亂)’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공급량 줄면 집값 상승 부메랑=부동산 업계에서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어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한해 동안 서울 동시분양 일반분양 물량은 1만899가구로 예상돼 동시분양이 본격화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 동시분양 일반분양 물량은 △98년 2만854가구 △99년 2만715가구 △2000년 2만4414가구 △2001년 2만6414가구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1만5060가구)부터 크게 줄어들었다.

스피드뱅크 강현구 팀장은 “올해 강남집값이 급등했지만 비강남지역의 매매시장과 전체 전세시장이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대거 분양된 주택에 올해까지 입주가 계속됐기 때문”이라며 “작년과 올해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 2, 3년 뒤에는 다시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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