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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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이청준 지음/216쪽 9000원 현대문학

돌과 나무, 강의 이름을 빌려 문우(文友)들과의 우정과 문학 이야기, 세상살이의 면면을 담아낸 소설가 이청준의 산문집.

‘현대문학’에 2002년 6월호부터 2003년 8월호까지 연재한 글을 묶었다.

작가는 여행을 다녀올 때면 메모나 사진보다는 그곳을 기억할 만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온다.

돌멩이를 바라보며 그는 여행지뿐 아니라 여행의 목적, 동행인들, 소소한 추억거리들을 회상하곤 한다.

울릉도 해안가에서 가져온 현무암 한 조각에서는 홍성원, 김병익, 김원일 등과의 심한 풍랑 속 항해와 멀미의 기억을, 제주도 화산석에서는 시인 오규원과의 젊고 건강했던 40대의 한 시절을, 이스라엘 사해 해변에서 주운 붉은색 돌멩이에서는 세상을 떠난 벗 김현과 더불어 그곳 사막 위에 떠오른 무지개를 떠올리는 것이다.

작가는 충청, 호남 지역을 두루 도는 여행을 좋아한다. 자주 여행길에 동행하던 친구가 91년 남행길 여정 끝, 즐겨 찾던 음식점 벽에 시(詩)를 써서 액자로 만들어 걸어줬다. 이후 그곳을 찾을 때마다 동행들에게 액자 뒷면에 한마디씩 여정(旅情)을 남기게 했다.

‘미백(未白)의 흰 머리와 함께 마량의 노을을 보며.’(김병익)

‘수십명 왔다 가는디 이집 젓갈 맛이나 알고 가는지 모르겄소.’(임권택·영화감독)

작가는 책의 맨 뒷부분에야 자신에게 있어서 소설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털어놓았다.

“나에게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어떤 실패나 소외로부터도 나를 견디고 넘어서게 하는 보람스러움과 자긍심을 지켜가고, 어떤 지위나 영예보다도 소중하고 자랑스런 자산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게 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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