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4당총무 회동]특검 통과 의식 다소 어색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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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청와대에서 4당의 총무 및 원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국회에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안 통과 등을 당부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청와대에서 4당의 총무 및 원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국회에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안 통과 등을 당부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 등 4당 총무와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국회에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이 야3당의 공조로 통과된 직후에 열린 탓에 가시 돋친 말이 오가기도 했다.

홍 총무가 먼저 “노 대통령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측근 문제 특검은 잘 다듬어 달라고 한 것이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내가 득표운동에 도움이 됐네요”라고 농담을 한 뒤 “많은 고심이 있다. 오늘 회동의 주제가 아니니까 다음에 얘기하자”고 넘어갔다.

이에 홍 총무도 “우리 당 의원 중에 해외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9명을 합치면 192명의 찬성으로 특검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시끄러운 것은 특검에 넘기고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거부권 행사는 곤란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30분쯤 늦게 도착한 김 원내대표가 또다시 “특검은 좋은 선례가 못 된다. 검찰 수사에 물 타기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을 꺼냈으나, 노 대통령은 “오늘은 그 얘기를 하지 말자”며 말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회동 시작 때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가 택일을 잘못한 것은 아니고 국회가 택일을 잘 했네요”라고 불편한 심사를 내비쳤다.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가 아무리 시끄럽더라도 할 일은 한다는 안도감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 국회가 통 크게 정파적 이해를 넘어 도와 달라”며 △지방분권 3대 특별법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농어촌지원 관련 4개 법안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및 회계제도 개혁법안 등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4당 총무들은 “한-칠레 FTA의 경우 정부가 좀 더 농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또 신행정수도 문제에 대해 홍 총무가 “많은 의원들이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노 대통령은 “각 정당이 당론에서 차이가 없으면 정치적 성격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각 당이 자유투표를 해줄 것을 제안했다.

정 총무는 “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민주당 후보로서 약속한 것인 만큼 최대한 협력을 하겠다”고 밝힌 뒤 “민주당에 노 대통령의 탈당을 서운하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정 총무는 또 “노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의 만찬에서 ‘작년에 민주당 후보가 돼 캠프 사람들을 당에 데리고 갔을 때 구박받고 월급도 제대로 못 줬다’고 했다는데 그것은 오해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에 돈이 바닥나서 어렵게 선거를 치렀다고 얘기한 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민련 김 총무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나 현행 헌법 아래 책임총리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노 대통령은 “왜곡된 정치구조가 해소된다면 정치권과 모든 걸 열어 놓고 타협하겠다”고 답했다.

전날의 민주노총 시위에서 화염병 투척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노 대통령은 “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홍 총무가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민노총이 노동자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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