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홧김 방화’ 20명 死傷…소방차 접근못해 피해 컸다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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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방화로 15명의 사상자가 난 울산 남구 야음동 동부아파트에서 한 경찰관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연합
2일 오전 방화로 15명의 사상자가 난 울산 남구 야음동 동부아파트에서 한 경찰관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연합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40대 남자가 아파트 거실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3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일 0시31분경 울산 남구 야음2동 D아파트 13층 김모씨(45·트레일러 운전사) 집 거실에서 김씨가 가정불화 등으로 아들(22·공익근무요원)과 말다툼을 하다 작은방에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시너를 가져와 바닥에 뿌리고 담뱃불을 던졌다.

불길이 순식간에 위층인 14, 15층까지 번지자 이 아파트 주민 700여명이 대피하느라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 집 작은방에 있던 김씨의 어머니 양이분씨(78)와 조카 김태성군(17·고교 1년생) 14층에서 잠자던 이광식씨(46) 등 3명은 숨졌다.

또 14층에서 뛰어내린 이모씨(46·여)와 15층에서 잠자던 조모군(11) 등 주민 17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아파트 1503호에서는 벌초를 위해 모인 친척들이 잠을 자다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울산소방본부는 소방관 70여명과 소방차 27대를 동원해 진화 및 인명구조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주차차량 때문에 고층아파트 진화용 고가사다리차가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다. 불은 1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불을 낸 김씨와 두 아들, 어머니 양씨 등은 화재 직후 아파트를 빠져나오거나 소방대에 의해 구조됐다. 숨진 김군은 김씨 동생의 아들로 4년 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어머니가 가출한 뒤 김씨 집에서 살아왔다. 김씨는 아파트를 빠져나온 직후 달아났다. 경찰은 가출한 어머니와 자신의 대학 복학 문제로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였다는 김씨 아들의 말에 따라 김씨가 홧김에 불을 질렀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는 한편 달아난 김씨를 찾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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