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 사회주의의 기원'…한국 사회주의의 뿌리는

  • 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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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극동민족대회 단상.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김규식이 보인다.사진제공 역사비평사

1922년 극동민족대회 단상.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김규식이 보인다.사진제공 역사비평사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임경석 지음/612쪽 3만3000원 역사비평사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은 1917년부터 1921년까지 약 5년 동안 진행된 한국사회의 초기 사회주의 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민족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연구는 간간이 나왔지만 이 책은 초기 사회주의 운동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주로 일본어 자료와 영어 자료에 근거한 기존의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러시아어로 씌어진 새로운 1차 자료를 토대로 선행 연구의 적지 않은 오류와 문제점을 극복했다.

‘고려공산당연구’(1993)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던 저자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1992년 말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가 과거의 자료를 개방하기 시작하자 기존 연구에 부족함을 느끼면서 어렵게 모스크바로 갔다. 두 달 예정으로 간 모스크바에서 그는 자료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불가피하게 더 머물 수밖에 없었다. 1994년부터 1년반을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러시아어로 된 엄청난 양의 자료를 섭렵했다.

그 자료 속에 “조국의 독립과 인간의 보편적 해방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행적이 오롯이 보관”돼 있음에 놀라면서 “70∼80년간 잠자고 있던 먼지 쌓인 문서들 속에서 그 사람들의 열정과 고뇌, 희망과 애환”을 읽어 냈다. 그는 그 후에도 자료 읽기를 계속하며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 수정해서 10년 만에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저서에서는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에 대해 저자가 10여년간 쏟아온 애정과 열정 그리고 학문적 성실성과 치밀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한국 최초의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이들의 사회주의 정당조직, 3·1운동의 영향, 폭발적으로 확산된 사회주의 단체들, 소련의 한인 사회주의자들의 활동 등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그리고 ‘상해파’와 ‘이르쿠츠크파’라 불리는 두 고려공산당이 당권, 군사지휘권, 자금 배분, 대중단체에 대한 지도권 등을 놓고 벌이는 헤게모니 각축과 분열, 두 공산당의 혁명이론과 정책의 차이, 이들의 모스크바 외교전과 극동민족대회, 해외에서 벌어진 두 파의 갈등과 분열 등도 생생하게 밝혔다.

이들 간의 경쟁으로 혁명적 지도적 권위가 추락하고 또 워싱턴 회의 결과에 따라 해외에서의 혁명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마침내 국내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이 등장한다. 이 책은 그 후 국내 신흥 사회주의자들이 해외 두 파와 거리를 두는 ‘중립당’으로서 조선공산당을 결성(1921)하게 되는 시기까지 초기 사회주의 운동의 구체적 내용을 생동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대의를 추구하다 실패와 좌절을 겪은 한국근대사의 숱한 영혼들에게’ 바친다며 “일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운동에 헌신했던 옛 친구들에게도 이 글이 자그마한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을 통해 한 젊은 역사학자가 매우 성실하고 진지하게 쓴 책이라는 것을, 그래서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다뤄지는 지역에 대한 자세한 지도를 첨부했더라면 독자들이 좀 더 실감나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 kjaehyun@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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