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이래도 되나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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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대표 체제 출범 후 한 달이 넘었으나 한나라당의 리더십 공백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류와 비주류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건강한 야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내부 권력투쟁의 장기화로 여권 전체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야당마저 이래서야 정치는 실종되고 국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난국은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 위기의 1차적 원인은 최 대표에게 있다. 대표 경선 때의 앙금 때문에 아직도 비주류를 껴안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호흡을 맞춰야 할 홍사덕 원내총무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주요 현안에 대한 당론수렴 및 대여협상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벌써 ‘제왕적 대표’에 ‘독선적 총무’라는 말이 나와서야 원활한 당 운영이 가능할 리 없다.

서청원 전 대표의 처신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경선 패배에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최 대표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와의 회동은 회피한 채 당외(黨外)정치를 하면서 시위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기에 좋지 않다. 100억원대 경선자금 살포설 때문에 전·현직 대표의 부인들이 낯 뜨거운 설전까지 벌였다니 한나라당 내분도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집안 꼴이 이 모양이니 당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야 한나라당이 정권대안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기 어렵다.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작년 대선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회창 없는 한나라당’은 주류와 비주류가 합심해 재건해야 한다. 또한 원로다운 원로가 드문 우리 사회에서 이 전 총재가 아름다운 원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배려해야 한다. 이 전 총재에게 기대려 하는 것은 그와 당 모두에 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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