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위기의 1차적 원인은 최 대표에게 있다. 대표 경선 때의 앙금 때문에 아직도 비주류를 껴안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호흡을 맞춰야 할 홍사덕 원내총무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주요 현안에 대한 당론수렴 및 대여협상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벌써 ‘제왕적 대표’에 ‘독선적 총무’라는 말이 나와서야 원활한 당 운영이 가능할 리 없다.
서청원 전 대표의 처신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경선 패배에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최 대표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와의 회동은 회피한 채 당외(黨外)정치를 하면서 시위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기에 좋지 않다. 100억원대 경선자금 살포설 때문에 전·현직 대표의 부인들이 낯 뜨거운 설전까지 벌였다니 한나라당 내분도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집안 꼴이 이 모양이니 당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야 한나라당이 정권대안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기 어렵다.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작년 대선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회창 없는 한나라당’은 주류와 비주류가 합심해 재건해야 한다. 또한 원로다운 원로가 드문 우리 사회에서 이 전 총재가 아름다운 원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배려해야 한다. 이 전 총재에게 기대려 하는 것은 그와 당 모두에 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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