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건강하게]'여드름 때문에…' 고개숙인 청춘들

  • 입력 2003년 6월 29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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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피부병이기 때문에 각자 피부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드름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피부병이기 때문에 각자 피부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드름을 청춘의 꽃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당사자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드름을 성장기에 잠시 나타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여드름은 수면부족, 민감성 피부,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돼서 발생하는 엄연한 피부병이다.

여드름 환자는 성장기에는 남성이 많지만 성인이 되면 여성이 많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16세 남성의 95%, 여성의 83%가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25세 이상으로 가면 상황이 역전돼 남성의 40%, 여성의 54%가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며 특히 남성의 3%, 여성의 12%가 심각한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드름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피부과학교실이 4월부터 한달여 동안 병원을 찾은 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가 여드름 때문에 심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드름과 삶의 질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어떻게 조사했나=연구팀이 삶의 질을 조사한 기법은 ‘스킨덱스(Skindex)-29’로 1996년 개발됐다. 신뢰도가 높은 것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총 29개 문항으로 돼 있으며 증세(Symptom), 일상생활(Function), 정서(Emotion) 등 3개 영역 별로 삶의 질을 조사한다.

이번 조사에 응한 여성은 88명(55%)으로 남성 71명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02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여드름은 인생을 불행하게 한다=조사결과 여드름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은 웬만한 피부병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서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불만이 컸다.(표 참고)

여성의 경우 특히 불만족도가 높았다. 정서적 불만족 점수가 가장 높았는데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을 넘었다. 남성은 40점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 이성과의 스킨십을 어려워했으며 직장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드름을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심코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 풍조 때문에 여드름 환자가 느끼는 심적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치료하나=증세가 가벼우면 바르는 약을 주로 쓰지만 심할 경우 먹는 약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을 한 뒤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여드름은 절대 짜지 말아야 한다는 것. 흉터가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빠져 나오지 못한 고름이 진피 내부에서 터지면서 다른 곳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박피술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두꺼워진 각질을 제거해 피지가 잘 빠져나오고 약이 잘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기가 피부에 잘 흡수돼 박테리아를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얼굴에 홍조가 생기거나 색소가 침착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4,5회 시술한다. 1회 시술에 10만∼20만원.

레이저를 이용한 광치료도 최근 도입됐다. 빛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을 태워 죽이는 방법이다. 박피술과 함께 시술할 수도 있으며 보통 1회에 5만원 정도다.

의료 피부관리(Medical skin care)방법도 있다. 먼저 기계를 이용해 각질을 제거하고 약품을 발라 마사지를 한다. 보통 1회 5만∼10만원.

(도움말=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승헌 교수,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여드름 심리상태 자기진단 리스트▼

항목별로 ‘그렇지 않다(0점)’, ‘드물게 그렇다(1점)’, ‘가끔 그렇다(2점)’, ‘자주 그렇다(3점)’, ‘항상 그렇다(4점)’ 등을 선택한 뒤 점수를 합산하면 현재 여드름으로 인한 삶의 질이 어느 상태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객관적 기준은 없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여드름 환자의 경우 증상별 불만족 11점, 일상생활 불편 16점, 정서적 악영향 18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드름이 없는 정상인은 각각 3점, 2점, 3점으로 나타났다.

▷증상별 불만족 진단

① 피부가 아프다

② 가렵다

③ 화끈거리거나 따갑다

④ 물에 닿는 게 번거롭다

⑤ 자극에 민감하다

⑥ 예민하다

⑦ 피가 난다

▷일상생활 불편 진단

① 잠자는데 영향이 있다

② 일이나 취미생활이 힘들다

③ 사회생활에 나쁜 영향을 준다

④ 대인관계에 영향을 준다

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 피부를 걱정한다

⑥ 성생활에 방해가 된다

⑦ 피부 때문에 피곤하다

⑧ 피부 때문에 집에 있으려고 한다

⑨ 피부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친밀해지기 어렵다

⑩ 피부 때문에 일을 혼자 하려는 경향이 있다

⑪ 피부 때문에 타인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어렵다

⑫ 피부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있고 싶지 않다

▷정서적 악영향 진단

① 피부가 심각한 상태가 아닌지 걱정한다

② 피부 때문에 우울해진다

③ 흉터가 남지 않을 까 걱정이다

④ 피부 상태가 부끄럽다

⑤ 피부가 더 나빠질까봐 걱정이다

⑥ 피부 때문에 화가 난다

⑦ 피부 때문에 난처하다

⑧ 피부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다

⑨ 피부 때문에 수치심을 느낀다

⑩ 피부 때문에 짜증이 난다

피부 질환 환자의 삶의 질 불만족도
증세(Symptom)일상생활(Function)정서(Emotion)
여드름38.832.445.3
건선32.036.246.0
양성 종양18.08.219.1
정상인11.9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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