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삶, 반성, 인문학:인문학의 인식론적 구조'

  • 입력 2003년 6월 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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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반성, 인문학:인문학의 인식론적 구조/장회익 김우창 외 지음/288쪽 1만2000원 태학사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문학의 인식론적 구조’를 주제로 7명의 학자가 모였다.

녹색대 장회익 총장(물리학), 고려대 김우창 명예교수(영문학), 서울대 이태수(철학) 장경렬(영문학) 김상환(철학) 정호근(철학), 서울시립대 이중원 교수(과학사 및 과학철학).

장 총장은 동서양의 학문 인식 방법을 학문사적 관점에서 비교했다. 그는 서양의 대물(對物)적 지식에 바탕을 둔 과학적 지적 체계와 대인(對人)적 지식을 기초로 한 반성적 지식을 삶(生) 자체를 대상으로 한 동양의 대생(對生)적 지식과 융합시켜 보다 완전한 학문으로 승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명예교수는 성리학과 서양의 근대 학문을 비교하며 인간 주체가 서구의 근대 민주주의의 탄생과 함께 자유를 보장받는 한편 인간 주체의 내적 깊이와 풍요를 고갈시키며 또 다른 구속력을 갖는 새로운 정치적 제도 속에 편입됐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자아와 세계를 향한 ‘반성적 귀환’을 가능케 하는 문들이 독단적 신념과 상투화된 편견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다며 이 모든 문들을 열 것을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학자들은 각자 인문학의 본질과 그 미래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제안을 내놨지만 이들의 출발점은 역시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제나 위기의식 속에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런 인간의 삶 자체를 반성적 입장에서 문제 삼는 인문학 역시 언제 어디서나 ‘위기’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게다가 이들도 인식하고 있듯이 인간이란 결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인 이상 인간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이해해야 하는 인문학은 영원히 미완의 기획일 수밖에 없다.

바깥 세상을 향해 내달리느라 분주한 시선을 인간 자신에게로 되돌리는 인문학의 길은 언제나 위태롭다. 다만 ‘속도의 시대’라는 이 시대에 좀 더 굼떠 보일 뿐이다. 7명의 학자들은 인문학을 기사회생시킬 ‘묘책’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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