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송광수號의 출발선’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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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취임한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혁해야 할 것들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며 “주변에서 고쳐야 할 관행부터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제도나 관행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검찰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바로 ‘검찰 자신’이라고 지적한다.

검찰은 그동안 수없이 개혁을 외쳐왔다. 또 물의를 빚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말뿐이었으며 정작 국민이 ‘검찰이 정말 변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변화는 없었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 검찰은 12·12 및 5·18사건 관련자들을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가 국민의 시위와 항의가 잇따르자 곧바로 태도를 ‘180도’ 바꿔 핵심 피의자들은 구속기소했지만 이에 대한 사과 한마디하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검찰은 부실 수사로 3차례나 특검을 받았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서는 전 검찰총장과 현직 고검장이 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사건에 연루된 고검장 등 검찰 간부 3명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에서는 법무차관 출신 검찰 간부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검찰은 검찰의 수난(?)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해치(해(채,치))상 철거는 그 상징적 징표이기도 하다.

99년 5월 ‘거악(巨惡)’을 척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층 홀에 세웠던 해치상은 2년7개월 만인 2001년 12월 현관에서 쫓겨나 청사 정원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예부터 피의자의 유무죄를 가려내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믿어져 ‘정의의 상징’으로 여겨진 동물인 해치상을 옮긴 이유는 해치가 검찰 청사 안에 있어 검찰 간부들의 수난이 잇따른다는 속설 때문.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르고 매사에 남을 탓하는 검찰의 형태를 보여주는 해프닝이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권력의 시녀’라는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에 대해서는 이 원인을 권력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물론 검찰 불신과 파행에 영향을 미쳐 온 정치권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나 역시 스스로가 문제였다.

새롭게 출발하는 검찰 지휘부는 자신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검찰 개혁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검찰 안팎의 고언을 진지하게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하종대 사회1부가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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