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가면속의 소년 샘'…사랑의 '혹제거 수술기적'

  • 입력 2003년 3월 2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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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뒤의 소년 샘톰 홀만 주니어 지음 이진옮김303쪽 9000원/한숲

그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깊고 강렬한 갈색 눈빛에 짙은 눈썹, 그리고 밤색 머리를 가진 준수한 얼굴. 머리도 영민해 중학생이지만 이미 고교 수준의 기하학까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얼굴의 오른쪽 반만 해당된다. 나머지 왼쪽은 관자놀이부터 턱까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큰 혹이 있어 마치 막 주무른 진흙덩어리를 붙여놓은 듯하다.

85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샘 라이트너. 태어날 때부터 왼쪽 얼굴에 혈관 기형으로 인한 거대한 혹을 갖고 있었고 그 혹이 기도를 막아 태어나자마자 2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거대한 수술로 그는 체중의 30%를 잃었다.

하지만 원흉인 혹 자체를 제거할 수 없었다. 무수한 신경과 혈관이 지나고 있어 섣불리 수술했다가는 반신불수가 되거나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다.

가끔 혹이 부어오를 때마다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시달렸지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주위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혹(가면) 뒤에 숨겨진 그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기겁하거나 외면하거나 혀를 쯧쯧 차기도 했고, 심술꾸러기들은 괴물이라고 놀려대기까지 했다.

14세 되던 해 봄 그에게 희망이 생겼다. 보스턴의 성형수술의학 전문의 뮬리케가 혹 제거 수술을 결심한 것. 수술실 바닥이 온통 피로 물들 정도로 격심했던 13시간의 수술은 기적적인 성공을 거뒀다. 샘은 완전치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홀쭉해진 얼굴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뇌에 물이 차오른 것. 혹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혹이 없어지면서 뇌로 흘러 들어가는 혈류량이 크게 늘어나 뇌를 심하게 압박한 것이 문제였다. 이번엔 신경외과 전문의인 모니카 웨비가 위험한 수술을 맡았다. 뇌 속의 물은 성공적으로 빼냈지만 샘은 깨어날 줄 몰랐다. 그냥 혼수상태가 아니라 식물인간의 증후마저 보였다. 그러기를 3개월. 주위 모든 사람들은 이제 그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의 부모마저도 지치고 있었다. 하지만 웨비만은 확신했다.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을.

포틀랜드의 지역신문 오레고니온 신문사에서 20여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는 99년부터 샘의 투병생활을 특집으로 연재, 200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긴 취재의 노고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샘. 하지만 희생적인 부모와 헌신적인 의사 그리고 그를 따뜻하게 대해 준 친구들의 사랑이 그를 살려냈다. 그의 삶은 ‘위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난다’는 격언을 그 자체로 입증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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