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루브르를 훔친 기사 비방 드농'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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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를 훔친 기사 비방 드농/필립 솔레르스 지음 박수현 옮김/352쪽 1만7000원 푸른미디어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로 들어가 드농관(館)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본 사람 중에서도 비방 드농(1747∼1825)이 바로 수많은 예술품을 약탈해와 루브르를 풍요롭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프랑스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저명한 소설가 필리프 솔레르스가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방 드농을 소설로 다루었다.

‘이 드농이란 자는 빙산과도 같군요. 세련된 멋쟁이나 도락가(道樂家)와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이에요. 물론 ‘내일이 없다’(드농의 저서)는 알려졌죠. 하지만 나머지 것들은요? 왜 이 이야기가 그토록 묻혀 있었을까요? 역사학자들은 무엇을 했나요?’(163쪽)

역사에 거대한 흔적을 남겼으면서도 어떻게 그처럼 알려지지 않을 수 있을까. 솔레르스가 매료된 것은 바로 비방의 신중함, 유연함, 시대의 물결을 타는 재능, 어떤 종류의 용기, 행복의 음미였다.

드농은 22세때 수수께끼처럼 루이 15세의 궁중에 들어가 시종관이 됐다. 30세의 나이에 음란소설인 ‘내일이 없다’를 썼다. 프랑스 혁명기에는 베네치아에서 유유자적하며 삶을 즐기는가 하면, 공포정치에 뛰어들어 로베스피에르와 친교를 유지했고,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동반했다. 루이 18세 때는 10년간 잊혀진 채 독신생활을 하다가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이었기에 절대왕정, 프랑스 대혁명, 공포정치, 집정정부, 제정, 왕정복고 등 숱한 정치적 격변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교황 피우스 7세, 조세핀, 볼테르, 스탕달 등과 두루 친분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물음표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먼저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또 다른 질문을 해댄다. 책을 읽고나면 드농을 알게 된 만큼이나 많은 궁금증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일종의 춤이다. 드농과 함께 추는 춤, 현기증이 날 만큼 굉장한 프랑스식 탱고.’(‘마담 피가로’지의 서평) 원제 Le Cavalier du Louvre-Vivant Denon(1995).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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