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임총리’ 탄생할 수 있을까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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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高建) 총리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준이 난산을 겪고 있다. 인준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의 또 다른 관심은 신임 총리가 과연 헌법상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책임총리가 될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초대 총리에게 유독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책임총리의 첫째 조건은 총리 스스로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실세총리’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총리의 권한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보장하지 않는 총리의 권한이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것은 역대 정부에서 이미 입증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공약했다. 또 내년 총선 이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총리에게 ‘절반의 권력’을 넘겨줄 수 있다고도 했다. 책임총리가 탄생할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이란 처음에는 분권(分權)을 말하다가도 슬그머니 전권(全權)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문제는 신임 총리가 이러한 권력의 흐름을 얼마만큼 차단하고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욱이 유력한 총리후보인 고 후보에게는 ‘행정의 달인’이자 ‘처세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책임총리보다 ‘행정총리’ ‘처세총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고 후보는 세간의 이런 우려를 행동으로 불식시켜야 하고, 노 대통령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개혁과 안정의 조화는 ‘이념지향적’ 청와대와 ‘실무지향적’ 내각이 균형을 이룰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책임총리의 현실화 수준은 새 정부의 성패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신임 총리는 첫 조각에서부터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에 대해 형식적 승인절차나 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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