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낙관주의가 毒 될수도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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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때 포로가 된 미군들은 ‘하노이 힐턴’ 포로수용소에 갇혀 온갖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낙관주의자였다고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던 사람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 부활절을 기대하고, 그때까지 아무런 일이 없으면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다 크리스마스를 다시 맞으면 상심해서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

당시 8년 동안이나 수용소에 있었던 짐 스톡데일 장군은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도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비한 사람이 많이 살아 나왔다”고 밝혔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항상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낙관주의자의 상당수는 ‘다시 주식투자하면 성(姓)을 바꾸겠다’는 말을 남기고 증시를 떠난다. 반면 어려울 때를 준비하는 현실주의자들은 오래 살아남아 돈을 번다. 증시에 물이 오르는 꽃피는 봄에 한바탕 ‘돈 춤’을 추기 위해 현금을 남겨놓는다. 주식을 사더라도 생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판다. 고름은 놔둔다고 살이 되지 않으며 독사에 물린 다리를 잘라내야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 600선을 놓고 5일째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약세장이라도 1년에 두 번은 상승장이 선다’는 경험법칙을 믿는 낙관주의자들은 ‘사자’에 나선다. 16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기관이 사고 있으며, 미국 증시가 2주째 상승했다는 것도 그들의 매수를 뒷받침한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팔자’로 응수한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며 가계소비가 줄어들어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둔화돼 주가상승세가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는 탓이다. 외국인도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수필에서 “여우는 작지만 많은 것을 아는데도 한가지 큰 것밖에 알지 못하는 고슴도치를 이기지(먹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알기 어려운 수 만개 요소로 오르내리는 주가를 알아맞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갖되 그때까지는 많은 것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자세로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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