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히스패닉 세계'…3억2000만명 히스패닉 바로알기

  • 입력 2003년 2월 2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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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세계/존 H 엘리엇 엮음 김원중 외 옮김/537쪽 2만6000원 새물결

‘전세계에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3억2000만명이 넘는다.’ ‘2015년이 되면 아마도 히스패닉이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인종 집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를 한데 아우르는 ‘히스패닉 세계’는 이처럼 지구상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잘 모르는 히스패닉 문화권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로서 역사와 종교, 사회, 문화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만하다.

이 책에선 히스패닉 세계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다원성’을 제시한다. 다양성을 통해 전 세계인의 영혼을 사로잡는 상상력의 용광로로서 문화적 풍요를 누려왔다는 것. 스페인의 경우 그 다양성은 카탈루냐, 카스티야, 안달루시아, 바스크 등 지역마다 지닌 고유의 문화적 전통에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스페인은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711년 무슬림이 이베리아반도에 쳐들어와 제국을 건설함으로써 무슬림에 빼앗긴 영토를 ‘재정복’해야 했다. 중세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서로 다른 문명간의 공존과 충돌을 통해 유례 없는 긴장이 이어졌으나 그 덕을 보기도 했다. 스페인처럼 문화의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지적인 지평이 넓은 나라는 유럽 어디에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와 네루다, 마르케스 등 세계적 작가를 배출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성공도 다원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들의 빛나는 성취는 ‘패배한 선조의 고통과 수치, 또 그들을 정복한 자들의 유산까지 물려받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환경을 활용한 덕분’이라는 것.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91년 출간된 이 책은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다 18세기 이후 주변부로 밀려난 스페인의 영광을 복원하는 데 치중해서인지 라틴아메리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옥스퍼드대 현대사 석좌교수인 존 엘리엇을 비롯한 스페인과 영미권의 대가들이 집필에 참여해 내용은 알차다. 초반엔 평이한 서술이 이어져 책 읽는 속도가 더디지만 풍성한 도판과 사진 등을 보면서 지루함을 덜 수 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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