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정치가 만능인가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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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인터넷을 통한 전자 민주주의 실험 구상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혁명을 몰고 온 새 시대의 총아이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선거 승리를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수위가 인터넷 정치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쌍방향 정치토론과 참여를 활성화하리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반대로 그 한계와 위험을 걱정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수많은 사이버 토론실에서 공공 문제에 대한 합리적 토론보다 감정적인 욕설과 인신 공격이 난무하는 현상을 보더라도 인터넷의 역작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위는 인사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보받고 장차관 인선에도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발적 열성파들만이 참여하는 인터넷 여론조사가 과학적 표본수집과 분석을 거친 여론조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터넷 여론에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강한 일부 세대와 계층의 의사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조작되거나 동원된 여론을 차단할 완벽한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비과학적인 인터넷 여론조사가 흥미와 오락의 차원을 넘어 더없이 신중해야 할 국정운영과 장차관 인선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것은 그래서 문제다.

인터넷을 통한 인사 관련 정보의 수집도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인신공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인터넷의 바다에는 문지기가 없어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엄청나게 흘러 다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소모적 논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수위가 밝힌 ‘e-청와대’ 등 인터넷을 통한 고비용 오프라인 정치 환경의 변화 가능성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 당선자의 승리가 바로 정치 도구로서 디지털 기술의 유용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꿈과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한 바탕 위에서 신중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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