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양정현/'골고루 적당히' 최고의 항암식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6분


한국인은 예부터 음식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특히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높아 수많은 건강식이나 보양식이 개발돼 왔다.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질병과 음식과의 관계에 대한 속설 또한 유달리 많다.

몇년 전 필자는 마늘의 항암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유방암 세포배양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세포배양 실험 단계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를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하고 동물에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 효과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시 실험 결과가 신문에 보도되자 마늘의 섭취량과 섭취방법, 즉 생마늘이 좋은지 구운 마늘이 좋은지 등의 문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제 실험실에서 마늘이 유방암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단계일 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암의 원인으로 유전적인 요인과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 등을 들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식생활이 암 발생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에 있는 유전자가 발암물질이나 음식물,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 받으면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세포가 발암촉진 물질의 영향을 받아 결국 비정상적으로 분열 증식해 만들어진 세포덩어리가 바로 암이다. 그 종류는 무려 100여가지나 된다.

최근 들어 아무 문제없이 식탁에 오르내리던 식품이 갑자기 발암성 식품으로 지적되는 일이 종종 있다.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맵고 짠 음식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위암에, 또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대장암이나 유방암의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맵고 짜거나 지방분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 모두가 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 반대로 이러한 음식을 안 먹는다고 해서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다만 현대의학에서는 이들 음식을 적게 먹는 게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발암성 식품으로 구분된 것 역시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가령 고사리나 구운 생선이 발암성 식품임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이를 사람의 식생활에 적용시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고사리가 암을 유발시키려면 하루에 350g 이상을 몇십년 동안 계속, 구운 생선 역시 구운 상태로 2만배 농축시켜 1년간 매일 먹어야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식생활이라면 이들을 자주 먹는다 해도 그것의 발암성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암이 완치되는 것처럼 과대 선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대의학은 암 그 자체에 대해서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품들은 우리 몸이 암과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결국 암을 예방하는 음식이란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항암식품이라고 알려진 것을 적당하고 다양하게 먹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또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적당히 먹을 줄 아는 ‘중용’의 정신을 지킬 때 그 음식이 우리 몸에 가장 소중한 ‘항암 음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양정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부원장·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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